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이 기대하는 만큼의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이 회담에서 요구하고 얻어낼 항목은 비교적 명확한 반면, 남측은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구체적 비핵화 확약 등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간 평화 문제, 군비 통제, 경제 협력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2000년 1차 정상회담이 남북 정상 간 첫 만남이라는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북핵과 경제 협력 및 사회 분야 교류에서 보다 진전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남측은 북측의 북핵 폐기 일정 제시 등을 전제로 경제 지원을 약속할 수 있다. 북측이 필요한 200만㎾ 규모의 송전과 발전용 중유 지원, 북한의 SOC 등 기간 시설 정비를 위한 대대적 투자 지원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경수로 건설 재개 등 위한 항구적 형태의 에너지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 북측은 경제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이들 분야의 협력 확대를 요청할 것이다. 북측이 원하고, 남측도 자체적으로 제공이 가능한 이 같은 조건들은 사실상 공개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가 북측으로부터 얻어내야 할 반대 급부, 즉 진전된 비핵화 약속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나오기 힘들다는 데 있다.
남측은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폐기의 구체적인 일정을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천명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밖에 군비 통제나 남북 간 연락대표부 설치, 이산가족 및 납북자 문제 등도 우리 측이 요구할 수 있고 북측도 수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핵화 문제에 비하면 한참 후 순위다.
현재로서는 남측의 우선적 요구인 비핵화 관련 조치를 북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핵 카드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등 서방세계의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핵은 남북 문제에 국한된 현안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북한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노력이라는 추상적 선언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핵화 관련 문제를 포괄적 선언으로 일단락 짓고 경협 확대에만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미국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어디까지나 북한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6자회담에 맞춰져야 하며,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강조한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정상회담에 응한 목적은 결국 미국과 일본의 경제적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남측의 지원 확대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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