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맨 처음 특종 보도한 곳은 일본 아사히신문이었다. 이 신문은 인터넷판을 통해 8일 오전 8시49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8일부터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전했다.
정상회담 합의 사실이 청와대 기자실에 처음 알려진 시간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하지만 국내 언론사들은 남북이 동시에 발표하기로 한 오전 10시까지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엠바고 요청을 수용한 탓에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의 세계적 뉴스를 일본 신문에 빼앗기고 말았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오전 10시 정상회담 개최 관련 발표가 있으니 엠바고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말했다. 춘추관에 없던 기자들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같은 부탁을 했다. 그래서 신문의 경우 실시간 보도가 가능한 홈페이지 인터넷판에 뉴스를 게재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이 엠바고 사실을 알고도 무시했는지, 단순 실수였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었는지 정확한 경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정부가 엠바고를 깬 아사히신문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아사히신문에 이어 오전 10시 전에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보도한 국내 언론에 대해선 징계 방침을 시사, 역차별 논란을 부르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앞으로 비보도와 엠바고 사안을 정부 임의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언론을 강력 제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제재가 국내 언론에만 유효한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 뻔히 알고도 낙종하는 황당한 일을 얼마나 더 당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일부 국내 언론을 옥죄기 위해 만든 언론정책이 외신이 무분별한 보도를 양산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청와대와 국정홍보처는 알고 있을까.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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