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 마지막 이야기
고 오희준 대원, 고 이현조 대원.
나는 그들을 잘 모른다.
이번 히말라야 가는 길, 남체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그들이 묵고 있는 숙소에 초대를 받아 모두들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참 맑았다. 자신감과 뚜렷한 목적을 가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젊은 산악인들이었다.
멋있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주자들인 그들은 세상의 빛을 보기 전에 에베레스트의 최대 난코스인 남서벽에 코리아 루트를 만들다 이 세상을 떠났다.
사실 나도 이번에 히말라야를 올라가보지 않고 원정대 누구누구의 죽음의 비보를 들었다면 이럴 수 있다. ‘또 아까운 젊은 한국 산악인이 그 높은 곳에서 안타깝게 갔구나…’하고. 이내 나의 삶의 테두리에 돌아와 하루가 지나면 잊어 버렸을 것이다.
세상은 그렇다. 세상은 성공한 자에게 박수와 환희를 보낸다. 실패한 자에게는 말이 없다.죽음으로 끝난 도전은 실패인가? 아니다. 아름다운 희생은 성공이다. 그들 역시 성공하는 길의 최전방에서 죽음으로 그 길에 섰다.
신들만이 살아 숨쉴 수 있는 그 높은 곳에 그들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예측할 수 없는 1m의 길을 더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쟁했는가. 그들은 그렇게 신들의 땅에서 당당하게 마지막 숨을 거두고 신들의 하늘로 갔다.
이번 박영석 팀과 달리 엄홍길 팀은 또 다른 죽음의 산을 정복하고 활짝 웃으며 우리들 곁에 돌아왔다. 그 역시 지난 십 수년 간의 등반 속에 뼈 아픈 피눈물을 흘리고 내려 온 적이 있다. 그래도 그는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해 성공을 이뤄내고 그렇게 산다.
대한민국 국토횡단 문화원정대 출발 며칠 전에 만난 박영석 대장의 야윈 모습에 (잠깐)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담백한 얼굴로 말했다. “내년에 또 가야지요. 가서 내 애들 영혼을 찾아 주어야지요.” 참으로 숭고한 마음이고 정신이다. 그의 말을 들으며 혼자 목이 메었다.
내가 죽어도 갈 수 없는 그 곳을 향한 우리 대한민국의 산악인들의 위대한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우리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지금보다 훨씬 다른 차원의 지원). 생명보험에도 들을 수 없는 그들이 죽을 고생 다하면서 올라가고 또 내려오는 그곳은 사람의 땅이 아니다.
그들이 그 곳에 올라가 우리 대한민국의 깃발을 꽂으면 그것은 우리 대한민국 5,000만개의 각 개인 깃발을 꽂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요, 우리의 형제요 자매이고 우리의 동생이자 아들이고 딸이다. 우리가 가진 거 무엇이냐. 손바닥만한 땅, 그것도 반 토막 내고 손톱보다 적은 독도 하나 간수하기 어려워 속 태우는 조그만 나라이다. 우리들 뿐이다.
그러니 나아가야 한다. 가서 세상에 제일 지독하고 높은 데도 죽어라 올라가고 세상에 제일 추운 주인 없는 땅, 북극과 남극에도 나가 우리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 우리가 반드시 갖고 살아가야 할 탐험정신, 개척정신이다. 무한한 우주를 향한 도전의 시대는 우리 스스로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가 사람의 몸과 몸을 잇는 다리이고, 경제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리이고, 문화가 사람의 마음을 잇는 다리이고, 예술이 사람의 영혼을 잇는 다리라면, 도전은 사람의 내일을 잇는 다리이다.
인간의 땅 끝에 서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도전을 하다, 아름다운 희생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죽음으로 돌아온 고 오희준, 고 이현조 대원. 나는 그대들을 잘 모른다. 그대들이 남겨놓은 가족, 친구들과 박영석 대장의 찢어지는 가슴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대들이여 아마 너무너무 오랫동안 우리 모두의 마음에 남아 히말라야 신들의 영혼의 소리를 들려주지 않겠는가.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환한 웃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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