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증시에서 거의 한 달 가까이 매물을 쏟아내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9일 오랜 만에 주식을 샀다. 남북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이어서 외국인들의 ‘매도 끝, 매수 시작’의 신호탄인지 주목된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KOSPI) 시장에서 569억원 어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359억원, 778억원 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매수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외국인이 매수 우위로 돌아선 것은 지난 달 12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그 사이 18거래일 동안 7조5,000억원대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로 인해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은 33.99%로, 2004년 4월26일 44.14% 정점에 비해 10.15%포인트나 낮아졌다.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면서 이날 코스피는 콜 금리 인상 악재와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에도 불구하고 사흘째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외국인의 증시 복귀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상회담은 한국 증시의 지정학적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신용등급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외국인 매매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외국인 매도 물량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에서 지금쯤은 매도세가 멈출 때가 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됐다.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한국 비중 축소 과정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도 점차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 매도가 줄어들고 일부 매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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