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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고 싶어요" 운동장 없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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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고 싶어요" 운동장 없는 학교

입력
2007.08.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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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 종로구 무악동 독립문초등학교에 입학한 김혜진(7ㆍ가명)양. 지난 1학기는 그럭 저럭 만족하면서 보냈다. 친절하게 지도해주는 선생님과 지은 지 7년밖에 안 된 깨끗한 교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불만도 있다. “운동장에서 실컷 뛰어놀았다”는 다른 학교 친구 말에는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독립문초교는 운동장이 없다.

체육관(480㎡)과 인라인스케이트장(441㎡)이 있지만 운동장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양 어머니는 “체육관이 있다지만 운동장만 하겠느냐”며 “놀이터도 너무 좁아 딸이 좋아하는 줄넘기도 마음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운동장이 없는 이유

운동장 없는 초등학교가 하나 둘 늘고 있는 추세다. 4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ㆍ운영규정’ 개정안은 도심지의 경우 기준 면적의 3분1 범위 안에서 학교를 지을 수 있게 해 운동장 없는 학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운동장을 갖추지 못한 초등학교는 독립문초교를 비롯해 조원초교(관악구 신림동), 행현초교(성동구 행당2동) 등 3곳이다. 서초구 양재2동 양재근린공원 안에 건립 중인 양일초교도 운동장 없이 내년 개교를 준비 중이다.

운동장 없는 학교가 생겨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학교신축 수요는 늘고 있지만 땅값은 크게 올라 운동장부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957년 개교 때부터 운동장이 좁았던 독립문초교는 2000년 교사(校舍)를 개축하면서 운동장을 넓힐 예정이었으나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변 땅값에 포기했다. 행현초교는 부지확보 자체가 어려워 설립 준비 단계부터 운동장은 엄두도 못냈다.

서울시교육청의 ‘작은 학교 짓기’ 시범 사업으로 문을 연 조원초교는 학부모 민원이 빗발치자 뒤늦게 운동장 확보에 나섰지만 높은 땅값에 발목이 잡혔다.

정상적인 체육활동 불가능

운동장이 없다 보니 정상적인 체육활동에 제약이 많다. 행현초교는 36개 학급이 하루씩 돌아가며 인근 서울숲으로 버스를 타고 ‘원정 체육수업’을 받으러 간다.

체육관 수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서다. 독립문초교는 체육수업을 체육관에서 모두 소화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6학년 이동혁(11ㆍ가명)군은 “달리기하다 미끄러질 때가 많다”며 “좋아하는 축구도 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운동회때는 인근 학교나 공공시설을 빌리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독립문초교는 대신중ㆍ고등학교 운동장을, 조원초교는 남부초교운동장을, 행현초교는 잠실학생체육관을 빌려 운동회를 열어왔다.

기초체력 저하 우려

운동장 없는 학교측은 “체육관 수업만으로도 학생 체력관리와 지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체육교육 전문가들은 학교에 운동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초등생 기초체력 저하 등 부작용이 불보듯 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원병(서울 청량초교 교장) 한국초등체육교육연구회 회장은 “밀폐된 체육관에서는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을 할 수 없는데 체력이 제대로 길러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학교 신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운동장 확보까지는 건드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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