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후 정부는 꾸준히 남북정상회담을 여러 경로로 추진해 왔으나 북한의 반응은 늘 미온적이었다. 그러던 북한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배경은 뭘까.
우선 2ㆍ13합의와 그 이행을 통해 호전되고 있는 북미 관계가 가장 큰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내 핵불능화를 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 및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제외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기본 조치를 약속받은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 관계를 보다 공고히 함으로써 앞으로 변화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남한의 후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경제 발전의 동력을 찾으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남측의 경제 협력을 통한 개발 지원을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쌀ㆍ비료 지원 등 직접 지원보다는 대규모 경제 협력을 통한 개발 지원을 약속받음으로써 북한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한에서 대선이 4개월여 남은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다. 남한에 차기 정부가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 정권으로부터 대규모 경제 지원과 같은 합의를 먼저 받아두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사항은 남한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해서 합의 이행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집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선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주기 위해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했다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북한은 수차례 “남조선 인민들은 반보수 대연합을 실천해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친미보수 세력을 매장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해 나가야 한다”(2007년 신년 공동사설)며 반 한나라당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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