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학력 파문을 일으킨 김옥랑(62·여) 단국대 교수가 2004년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 김씨가 설립한 동숭아트센터와 옥랑문화재단의 고문과 이사로 재직 중인 인사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 심사위원도 김씨가 운영했던 극단의 자문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 김씨 박사학위 논문 심사의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의 박사 논문 ‘문화공간으로서 동숭아트센터의 역할과 의미에 관한 연구’는 발표 당시 공연예술경영 1호 박사 논문이라고 예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8일 본보가 김씨 박사학위 논문을 확인한 결과 성균관대 이모 명예교수가 심사위원장으로, 김씨가 교수로 재직 중인 단국대의 유모 명예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중 이 교수는 김씨가 91년 옥랑문화재단을 설립했을 때부터 2005년까지 재단 이사로 재직했으며, 현재 김씨가 대표로 있는 동숭아트센터 고문이다. 김씨의 옥랑문화재단은 김씨가 성균관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장학금 명목으로 1,370만원을 기부했다.
이 교수는 “옥랑문화재단 이사였지만 논문 심사는 학자로서의 양심을 갖고 공정하게 했다”며 “박사학위 논문은 작성자에게 낯설지 않은 사람에게 심사위원을 맡기는 게 관행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의 민간 문화예술 공간인 동숭아트센터를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논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김씨가 20여년 전 꼭두극단을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자문을 구해와 알게 됐다”며 “예술에서는 학력이 중요한 게 아닌데, 과욕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의 박사학위 예심에 참여했다 본심에서 제외된 성균관대 J교수는 “예심에서 김씨의 논문이 석사 논문과 별 차이가 없고, 논문주제도 김씨가 대표로 있는 동숭아트센터에 관한 것이라 객관성이 없어 논문 통과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며 “별다른 이유없이 본심 심사위원에서 배제됐지만 그 사유를 통보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통상 박사 학위 예심에 참여한 3명의 교수는 관례적으로 5명이 심사하는 본심에 들어간다”고 밝혀 박사학위 심사 과정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의 논문 지도교수였던 백모 교수는 “논문은 내용 면에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J교수는 논문 심사과정에서 스스로 물러났다”고 반박했다.
한편 성균관대는 이날 “학칙상 입학 때 허위 학위 서류를 냈을 경우 석, 박사 학위의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대학원위원회를 설치, 김씨의 허위 학력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학위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오전 김해공항을 통해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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