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양측은 공식ㆍ비공식 라인을 총동원했다. 남측은 김만복 국정원장, 북측은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채널 역할을 했다.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오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 6월 이후부터 급 물살을 타게 됐다. 우리 정부는 7월초 북측에 김 원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간 접촉을 제안했고, 북측이 8월2,3일 비공개 방북을 요청해 양측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게 됐다.
김 원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일 방북한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8월 하순 평양 수뇌상봉 개최 제의를 받았다.
김 국정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참여정부 출범 직후부터 노 대통령을 만날 것을 결심했으나 그 동안 분위기가 성숙되지 못했고, 최근 남북관계 및 주변정세가 호전돼 현 시기가 수뇌상봉의 가장 적합한 시기라는 말을 김 부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김 국정원장은 3일 서울로 돌아와 청와대에서 방북 결과를 보고했고, 노 대통령이 북측 제의를 수용했다.
이에 김 국정원장은 4일 2차로 방북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제안을 수용한다’는 노 대통령의 친서를 김 부장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했고, 다음날인 5일 2차 정상회담의 평양개최 합의서에 서명했다.
김 원장 이외에 국정원 내에서는 서훈 대북 담당 3차장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훈 차장은 2000년 1차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도 박지원 특사와 통행, 북측 인사들과 접촉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대북 접촉선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측과의 조율과정에서 북측 대표로 나선 김 통일전선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요 외교행사에 동행하는 최측근 실세다. 1938년 생으로 69세인 김 부장은 86년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을 거쳐 97년 당 중앙위 국제부장에 올랐으며 올해 통일전선부장에 오른 외교관료 출신이다.
김 부장이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이후 남북연결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졌고, 2ㆍ13합의 미 이행을 이유로 남측에 식량지원 보류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장관급 회담이 지속하는 등 비교적 남북관계에 전향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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