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미국의 연이은 ‘알 카에다 근거지 단독 폭격’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7일 카라치에서 파키스탄을 방문 중인 리처드 더빈 미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미군 단독으로 폭격할 수 있다는 미 고위 관리나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양국이 테러의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협조하는 데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무샤라프는 “어떤 상황도 대처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지닌 파키스탄 보안군만이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반 테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며 대 테러전의 성과와 원조를 연계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양국관계를 자극하는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앞서 미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달 초 워싱턴에서 행한 연설에서 “오바마 시대가 오면 파키스탄 북서부의 알 카에다와 탈레반 소탕을 위해 필요할 경우 현지 당국의 허가 없이도 현지에서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테러범 소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수억달러 규모의 원조 중단을 경고했다.
이어 프랜시스 타운젠드 미 백악관 국토안보담당 보좌관은 “무샤라프의 테러 대책은 파키스탄을 위해서도, 미국을 위해서도 전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비난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6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고 “확실한 정보가 주어진다면, 폭격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에서 강경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대로 파슈툰족이 거주하는 남ㆍ북 와지리스탄 지역에 알 카에다의 은신처가 있으며, 이들이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다는 등의 정보가 미 중앙정보국(CIA) 등을 통해 계속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가 지난해 9월 이 지역 대표들과 체결한 ‘평화 협정’ 이후로 알 카에다 기지가 더 빠른 속도로 재건됐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 견디지 못한 무샤라프는 지난달 초 평화 협정을 깨고 북서변경주에 다시 군대를 배치했다. 이후 이 지역의 탈레반 무장세력과 다시 교전을 벌이고 있는 파키스탄 군은 7일 헬리콥터와 포격을 통해 북와지리스탄 서부 미란샤 인근의 탈레반 근거지 두 곳을 공격, 최소 12명의 반군을 사살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무샤라프의 대미 발언이 이날 나온 것도 이 공격의 성과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군이 대 테러전을 잘 수행하고 있으니 미군의 단독 공격은 말라”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평화 협정 폐기와 지난달 ‘붉은 사원’의 무력 진압 이후 이에 반발한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의 공격도 늘고 있다. 이날만 해도 북서변경주와 북와지리스탄, 남와지리스탄과 페샤와르 등 여러 곳에서 파키스탄군에 대한 무장 반군들의 공격과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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