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남은 한나라당 경선에 일반국민 선거인단의 표심(票心)이 마지막 승부처로 떠올랐다. 전체 선거인단의 30%(6만9,496명)가 반영되는 국민 선거인단의 표심 향배가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민선거인단의 ‘여론’은 당원ㆍ대의원이나 일반 국민 상대 여론조사 결과와도 차별화된 독특한 색깔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접전구도로 변하고 있는 경선레이스에서 국민 선거인단 표심이 승부를 좌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이들의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당장 이명박 전 시장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은 국민 선거인단 판세를 두고 서로 자기들이 앞서고 있다고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을 만큼 표심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 선거인단 구성과 엇갈리는 판세 주장
국민 선거인단은 한나라당이 8개의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경선 참여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일반국민 6만9,496명을 뽑아 구성했다. 지역과 성별 연령별 안배도 대략적이긴 하지만 고려했다고 한다. 비용만 11억여원이 들었다.
정확한 구성 분포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60대 이상 비율이 38%에 달한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이는 60대 이상의 인구 구성 분포인 17~18%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일각에선 50대 이상으로 따지면 50%를 넘는다는 관측도 있다.
“연령별 안배를 최대한 하려 했지만 노년층의 참여 의사가 높았기 때문”(이종구 당 사무부총장)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경선 규칙 상 40세 미만 선거인단을 20%이상 40% 이하로만 맞추기 때문에 룰을 어긴 것은 아니다.
이렇게 구성된 국민 선거인단을 놓고 아직 객관적 판세가 나온 것은 거의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노년층에서 지지도가 높은 박 전대표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 최근 한겨레신문과 리서치플러스가 표본을 700명 추출해 조사한 결과, 이 전 시장 35.9%, 박 전 대표 40.0%로 나왔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에게 10%포인트 안팎 앞서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박 전 대표측은 이 조사 결과와 자체 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 선거인단에선 현재 판세가 5~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 캠프 이혜훈 대변인은 7일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계속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측은 국민 선거인단에서 적어도 4~5%포인트 격차의 우세를 장담했다. 이 캠프 이춘식 조직본부장은 “선거인단 구성에서 응답률 높은 노년층이 많다 보니 격차가 작은 것은 맞지만 자체 조사결과 5%포인트 안팎의 우세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리서치플러스의 조사 결과는 표본 추출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도 한다.
전문가들도 국민 선거인단의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이들의 표심 정보는 아직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안개 속에 숨겨져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 투표율 관건
국민 선거인단의 경우 투표율이 관건이라는 분석에 이견이 별로 없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투표율이 낮으면 지지층의 충성도가 강한 박 전 대표가 유리하고, 투표율이 높아지면 지지층의 외연이 넓은 이 전 시장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이 전 시장이 강세인 젊은층이 투표장에 적극 나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반대로 투표율이 낮다면 적극 투표의사층이 두터운 노년층이 투표장을 많이 찾은 것이며, 노년층에 강세인 박 전 대표가 유리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반대로 투표율이 높을수록 노년층 지지기반이 넓은 박 전 대표가 득을 볼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현재로선 국민 선거인단 투표율이 얼마가 될지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현재의 방식대로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국민 선거인단 투표율이 30%(서울)~60%(부산)로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 치열한 표심 확보 공략
혼미한 상황 때문에 양 캠프에서는 대의원 당원은 물론, 국민 선거인단 표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에서는 국민 선거인단 명단을 이름과 나이, 동 단위 주소만 캠프에 넘겨줬다.
하지만 양 캠프는 전화번호부와의 대조, 당협위원장과 대의원 등의 활동으로 이미 90%가량 국민 선거인단 주소와 전화 번호를 확보했다. 이제 막 공략을 시작한 단계라고 한다. 양 캠프 공히 수 차례 전화를 통해 지지를 당부하는 것은 물론 혈연 지연을 총동원, 직ㆍ간접 접촉 등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 전 시장측에서는 젊은층의 투표율을, 박 전 대표측에서는 노년층의 투표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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