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 광주시 중부면 검복리 하수종말처리장. 팔당호 수질보호를 위해 광주시가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 완공한 이 처리장은 하루 100톤의 하수가 유입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 처리장에는 매일 탱크로리가 들러 하수를 퍼 나르고 있다. 용량 초과로 하수를 정화하지 못하자 광주시가 궁여지책으로 하수를 다른 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가 수 년 전부터 공사에 들어가 최근 완공된 소규모 하수종말처리장이 엉터리로 시공돼 팔당호 수질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2004년 8월 52억원을 들여 검복리를 비롯해 불당리(80톤) 오전리(100톤) 엄미리(180톤) 검천리(130톤) 등 5곳의 소규모 하수종말처리장을 착공, 지난달 9일 완공했다.
이 처리장은 상수원 보호구역인 남한산성 유원지 등 하수배출량이 많은 중부면 일대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중 검복리와 불당리, 엄미리 등 3곳은 완공하자마자 무용지물이 됐다. 유입되는 하수용량이 처리능력의 평균 2~3배, 최고 5배까지 달해 하수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말썽이 생기자 하수 수거차량을 처리장 마다 2,3대 씩 동원해 하수를 인근 경안천 하수처리장 등으로 퍼 나르고 있다. 또 주변 음식점과 가정집을 돌면서 하수처리장으로 연결한 관로를 당초와 같이 정화조로 다시 연결할 것을 요청하는 웃지 못할 행정을 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2000년 기본설계를 할 당시 이처럼 하수용량이 크게 증가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계획대로 시공하다가 나중에 문제를 발견했지만 어떻게 손 써볼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설계를 담당한 K엔지니어링 관계자도 “설계 당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29ppm이었는데 남한산성 입장료 폐지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유입하수의 농도가 300∼700ppm에 이르렀다”면서 “하수용량은 제대로 파악했지만 농도가 이처럼 올라갈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이 처리장이 설계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유입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수질이 더 나빠질 것을 예측해야 했는데 예산 때문인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면서 “시공 업체다 보니 이 같은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예산부족으로 처리장 1곳의 추가 건설을 포기했고 관로도 계획용량의 80%만 연결했지만 광주시는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눈 감아줬다. 이 업체는 시의 설계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업체가 고스란히 떠 안았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편 광주시 관계자는 “설치비를 지원한 환경부로부터 정기 점검을 받았지만 지적된 사항이 없었다”고 밝혀 부실 점검 논란도 예상된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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