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捲土重來ㆍ실패한 일을 또다시 도모하는 것)일까.
권력의 그늘 밑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운아들이 속속 증시로 복귀하고 있다.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인 최규선씨, 오일게이트의 회오리에 휩싸였던 전대월씨, 그리고 횡령 시비로 대북사업에서 손을 뗐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등. 이들이 선택한 사업은 공교롭게도 고유가 시대에 노다지 사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 자원개발이다.
가장 먼저 증시에 입성한 이는 최규선씨.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각종 이권에 휘말려 2년여의 옥고를 치른 인물이다. 때문에 최씨의 재기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는 지난해 말 부인 손모씨를 통해 코스닥 IT업체인 서원아이앤비(현 유아이에너지) 지분 10.17%를 인수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회사를 에너지 개발 업체로 변모시킨 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로부터 2억 6,000만 달러(2,450억원) 규모의 발전설비 공사를 수주한데 이어 멕시코만 해상 유전개발에 투자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이라크 노칸 그룹과 유전개발을 위한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증시주변에선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마이클 잭슨을 국내로 불러들인 사람이 최규선씨다. 사업수완에 관한 한 역시 대단한 사람”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대월씨도 5월 코스피 상장 자동차부품업체인 명성을 인수, 사할린 유전개발에 나서는 등 해외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투자했던 러시아 유전개발에 참여했다가 오일게이트에 연루돼 꿈을 접어야 했던 전씨로선 또 한번의 도전인 셈이다.
이들의 이름값은 괴력을 발휘했다. 최씨가 인수한 유아이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주가가 2,000원대에 머물렀지만 최씨가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하면서 6,000원을 돌파했고, 올해 4월에는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다소 떨어진 9,700원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폭발력은 여전하다. 명성도 9,0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전대월씨의 유상증자 참여소식과 함께 13일만에 5배가 넘는 5만3,000원까지 폭등했다.
김윤규 전 부회장도 증시 입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 전 부회장은 최근 동해선 육로를 통해 철갑상어 531㎏을 반입한데 이어 북한 모래 반입,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 자원 개발 등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그의 공식 사업창구는 비상장 회사(아천글로벌)이지만, 대북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결국은 상장 회사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밖에 주가조작과 전환사채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이용호게이트의 장본인 이용호씨도 올 3월 코스닥 업체인 프로소닉의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사모 펀드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기업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폭등했다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자의 이름값보다는 업체의 내재가치와 실적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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