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시장을 잡아라.’
대형 건설업체들이 초대형 도심개발 프로젝트에 ‘올인’ 하고 있다. 정부의 재개발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실시 등으로 주택사업 분야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자 도심개발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한번에 수 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도심개발 사업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판단, 기업의 명운을 걸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 도심개발은 20조가 넘는 황금시장
현재 서울시와 수도권 자치단체가 내놓은 도심개발 사업 규모는 20조원을 훌쩍 넘는다. 가장 주목 받는 곳은 용산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로 단일 사업으론 최대인 7조원 규모다. 최근 땅값이 급등해 사업 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청약 광풍을 일으킨 판교지역의 상업지 복합 개발도 최대 4조원 규모여서 건설업계에선 ‘로또 사업지’로 각광 받고 있다.
이밖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서울 상암DMC 프로젝트와 파주 운정 상업지(2조원), 광교 신도시 개발(2조원), 오산 세교 상업지(1조원), 인천 가정5거리(3조원) 등 ‘조 단위’의 개발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 짝짓기 통한 수주전 치열
20조원의 초대형 시장을 잡기 위해 대형 건설사들은 사운을 걸고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수 조원을 직접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는 만큼 자금력 확보를 위한 합종연횡은 필수적이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중소 건설업체의 시장 진입을 위해 시공능력 10위 내 업체가 3개 이상일 경우 입찰을 거부키로 하면서 수주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이 되고 있다 .
용산 역세권 개발의 경우 당초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 건설, SK건설을 중심으로 한 삼성물산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엠코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파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3개 이상 대형업체 입찰 불가 방침이 확정될 경우 ‘헤쳐 모여 식’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피하다. 상암DMC 프로젝트도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6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했지만 서울시 반발로 무산돼 새 판을 짜야 한다.
수도권 남부 최대 상업지구로 각광 받는 판교 상업지 개발에는 건설사들은 물론, 유통업체와 금융그룹까지 뛰어들었다.
현재 신세계컨소시엄(신세계 신세계건설 대우건설 삼성건설 현대건설 프라임그룹)과 롯데컨소시엄(롯데쇼핑 롯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두산건설), 현대백화점 컨소시엄(현대백화점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한진중공업 컨소시엄(한진중공업 금호산업 이랜드개발 미래에셋 메리츠금융그룹) 4파전 양상으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 '대박의 꿈'은 시기상조
하지만 업계 일부에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주에 성공한다고 해서 그대로 수익으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수 조원을 직접 투입해 운영하는 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면 한 순간에 빚더미에 올라 앉아 회사가 대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심개발 사업은 지역별로 중복되는데다 상업지역이 대부분이라 리스크가 큰 편이다. 도심 유동인구는 한정돼 있는데 도심개발은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 건설사 관계자는 “도심개발 사업은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자칫 방심하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