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30일 취임 이후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와 사뭇 다른 발언으로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와 마찰을 빚었던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약 1년간의 ‘불편한 동거’에 마침표를 찍었다.
자신의 거취 문제가 증폭되던 지난달 27일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교체설을 부인하던 청와대가 이를 수용한 모양새다.
청와대는 “경질이 아니다”고 하지만 법무부 주변에선 사퇴 압력으로 궁지에 몰린 김 장관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사의 표명 배경
김 장관은 6일 오전 법무부 긴급 간부회의 자리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하며 “최근 언론에 거취 관련 보도가 잇따라 인사권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까지도 장기 업무를 챙기며 의욕을 보이던 장관이 갑작스레 사의를 나타낸 배경에 참석자들은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 교체설이 계속되던 지난달 23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로선 교체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물밑에서 후임자를 찾는 와중에 교체설이 튀어나왔고, 실제 몇몇 후보는 수락 의사를 묻는 청와대의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장관은 교체설을 부인하면서 한편으론 후보 물색 작업을 벌인 청와대의 행보를 장관 교체의 신호로 받아들인 듯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언론에 나타난 청와대의 의중은 장관 교체인데 장관인들 심기가 편했겠느냐”고 말했다.
김 장관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도 결심을 앞당긴 배경으로 거론된다. 김 장관이 6월 초 모 야당 의원과 골프를 치는 자리에서 내년 총선 출마 이야기가 오갔다는 게 지난 달부터 시중에 나돈 소문의 골자다. 거론된 야당 의원은 법사위 소속도 아니어서 청와대가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해설까지 곁들여졌다.
김 장관은 이를 강력 부인하고 있고, 측근들도 “장관이 자신을 밀어내기 위해 정보기관 등이 고의적으로 음해성 루머를 퍼뜨렸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풀이한다.
■ 불편했던 동거
거슬러 올라가면 김 장관의 사의 표명은 김 장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취임 이후 “분식회계를 자진신고하는 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해야 한다”는 등 친기업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6월 국회에서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명시한 선거법 9조가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조항은 노 대통령이 위헌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청와대는 물론 국민들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청와대 주변에서 경질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 장관 경질설에 대해 한나라당이 ‘교체 반대’를 외치면서 청와대는 복잡한 계산에 빠졌고, ‘당장은 교체 안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물론 당시에도 9월 전후 개각에 김 장관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준비 기간을 포함해 약 20일이 소요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감안하면 후임 장관은 일러야 다음달 초에나 취임이 가능하다. 김 장관으로서는 재임기간 1년을 채우는 모양새가 되지만 청와대는 불편한 동거가 한 달 가량 연장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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