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가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후 나는 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을 내 어머니의 일생을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신경숙)
“2월과 3월엔 어머니와 오빠, 그리고 아들의 기일이 있습니다. 이 기일들이 다가오면,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내 곁에 머물러준 시간과 생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츠시마 유코)
한일 양국의 대표 소설가 신경숙(44)씨와 츠시마 유코(60)씨가 1년 간 양국 문예지를 통해 나눈 편지가 단행본으로 묶였다. 6일 출간된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집> (현대문학)에는 두 작가가 2006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월간 <현대문학> 과 <스바루> 에 동시 연재했던 서간문 형식의 에세이 24편이 실렸다. 일본에선 지난달 슈에이샤(集英社)가 같은 제목으로 출간했다. 스바루> 현대문학> 산이>
1985년 등단 이래 서정성 깊은 작품으로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은 신씨는 최근 역사소설 <리진> 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69년 데뷔한 츠시마씨 역시 일본 유수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중견 작가로, 일본 전후 문학의 거장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딸이다. 국내엔 일본 북부 아이누족의 구비 문학을 소재로 한 소설집 <나> 가 소개돼 있다. 나> 리진>
두 사람은 95년 일본 시마네 현에서 열린 한일작가심포지엄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간간히 교류를 이어오다가 재작년 <외딴방> 일본어 출간에 맞춰 도쿄를 방문한 신씨가 “일본작가와 함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 것을 계기로 편지글 연재가 이뤄졌다. 외딴방>
연재글 제목이자 이번 단행본 제목은 당시 북한산을 마주한 집에 살던 신씨와, 도쿄에서 우물이 있는 고택에 거주하던 츠시마씨의 상황을 반영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전문 번역가 김훈아씨가 두 작가의 글을 양국 언어로 번역했다.
이 책에서 두 작가는 유년의 경험이나 문학에 대한 견해뿐 아니라 청소년 범죄, 신사참배, 분단 등 사회적 소재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신씨는 후기에 “테마도 정하지 않고 무슨 이야기를 쓰자고 약속하지 않았는데도 서로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때가 빈번했다”고 적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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