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비정규직법 시행 한달… 노사양측서 '몰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비정규직법 시행 한달… 노사양측서 '몰매'

입력
2007.08.06 00:09
0 0

김청민(47)씨는 7월 1일을 절대 잊을 수 없다. 두산건설 고객서비스팀에서 14년간 비정규직으로 아파트 하자보수 일을 해온 김씨는 이날 비정규직 동료 19명과 함께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이날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을 피하기 위한 회사의 꼼수에 희생됐다”며 “편법으로 법망을 피하려는 회사도 밉지만 없는 사람 죽이는 법을 만들고도 뻔뻔하게 ‘법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들먹이는 노동부가 더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새벽 인력 시장에 나가 일거리를 찾고 있다.

유통업체 홈플러스의 남대구점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는 강현자(38ㆍ여)씨에게 7월 1일은 ‘행복한 새날’이다. 2002년 9월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강씨는 이날 정규직이 됐다. 비정규직법 시행에 맞춰 회사가 만 2년 동안 근속한 비정규직 2,6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 덕이다.

강씨는 기존 정규직과 같은 임금은 못 받지만 자녀 학자금과 경조사비 등 복리후생에서 정규직과 똑 같은 대우를 받는다. 강씨는 “매년 인사철이면 되풀이되던 계약해지에 대한 불안이 없어져 너무 좋다”며 “이 모든 게 비정규직법 덕분”이라며 웃었다.

시행 한 달이 지난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마련됐다. 비정규직이 같은 사업장에서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 법은 비정규직의 무더기 계약해지 사태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으며 노사 양측으로부터 연일 몰매를 맞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노동계는 “이 법으로 인해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말한다. ‘2년 후 정규직 전환’과 ‘차별 금지’ 조항이 부담스러운 사측이 비정규직들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이 담당하던 업무를 외주 용역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법 시행과 함께 촉발된 이랜드 사태는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다.

한국노총이 최근 실시한 산하 기업 56곳의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41.1%인 23개 사업장이 비정규직 업무의 외주 용역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계는 비정규직법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노무관리 부담이 불만이다. 한국경영자총연맹 관계자는 “이 법은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목 하에 기업의 희생만을 강요해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나마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이 법이 내년 7월과 2009년 7월부터 영세한 중소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되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150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법이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7%는 ‘매우 또는 다소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노사 양 진영의 ‘비정규직법 때리기’에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지키기’로 맞서고 있다. 이랜드 사태 등으로 불거진 비정규직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법 개정 움직임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노동부는 “법 시행으로 노동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많이 나오는데 이랜드 사태 같은 나쁜 사례만 부각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은행 신세계 등 법 시행에 맞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들의 명단을 들이민다. 노동부는 또한 노사정위원회의 비정규직 관련 위원회를 통해 후속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10월에는 사업장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법의 연착륙에 힘쓰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행한 지 한달 밖에 안 된 법을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실태조사 등을 통해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