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출범했다. 소속 의원이 85명에 이르는 제2의 정당으로 범여권 최대 정당의 외양을 갖추었지만, 범여권 전체를 아우르는, 말 그대로의 대통합 신당과는 거리가 먼 데다 궁극적 대통합의 전망도 흐릿하다.
신당이 산적한 난제를 돌파하지 못할 경우 결국 한국 정치사에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 하나만 덧붙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는 애초에 통합신당 구상 자체가 민주정치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비틀어 바라본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신당 출범의 동인은 간명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는다’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정치적 생존 방안을 모색한 결과다. 노무현 대통령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반감을 확인하고,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의 생존을 기약하려는, 정치현실적 행태이다.
정치적 생존 모색 자체를 나무랄 수야 없지만, ‘실패’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내던짐으로써 민주정치의 기본적 요구인 ‘책임정치’의 원칙을 저버린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된 국민적 거부감을 희석하기 위해 신당이라는 새 옷을 입는 것도 그렇지만, 그 새 옷에 ‘민주세력’이라는 상표까지 달았으니 쓴웃음을 자아내고도 남는다.
신당 주요 관계자들은 짧게는 현 정부, 길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에서 권력을 누린 사람들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듯,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신당을 포함한 범여권 전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차갑게 식어버린 현실에서 확연한 정치의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마당에 ‘민주세력’이라는 낡은 수사는 과거와 전혀 다른 정치문법을 요구하는 국민 앞에, 10년이나 권력을 누린 세력이 들고 나올 게 아니다. 누구를 ‘반민주 세력’이나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일 것인가. 이런 점에서는 공과를 정당하게 심판 받겠다는 열린우리당이나 독자 색채를 강화한 민주당이 오히려 당차고 떳떳해 보인다.
신당이 극적 대통합이라는 정치공학적 기법에 성공 가능성을 기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지켜보는 눈길이 고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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