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공장이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를 겪은 지 하루 만에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5일 “3일 오후 정전으로 전원 공급이 중단됐던 반도체 생산 라인에 전원공급이 재개돼 4일 정오부터 평일과 같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세계 정보기술(IT)업계를 경악시킨 삼성발(發) 쇼크가 일단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983년 설립 이후 지난 24년간 365일 내내 쉬지 않고 돌아가던 공장의 불빛이 어이없는 정전으로 꺼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고 3일이 지나도록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고 있다.
세계 최첨단 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원시적인 사고가 일어났는지, 또 실제 피해액은 정확히 얼마인지 의문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백업시스템에 허점은 없나
이번 사고는 기흥공장 내부 변전소의 배전반 퓨즈가 원인 모를 이유로 끊어져 K2 지역 생산 라인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어났다. 리히터 규모 6.0의 강진에도 끄떡없다는 최첨단 공장의 생산라인 6개가 동시에 멈춘 것.
삼성전자측은 공장내 예비전력 장치인 무정전 전원장치(UPS)가 비상 가동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UPS가 가스등 안전관련 시설, 클린 룸 등 핵심 오염방지시설, 전기적 충격에 약한 고가의 설비에 계속 전원을 공급했다는 설명이다.
UPS는 반도체 공장 전체가 아닌 일부 시설만 커버하는 시스템으로, 전체 필요 전력의 20% 정도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백업시스템은 미흡했던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전체를 커버하려면 대형 자가발전소가 필요하지만, 10년에 한번 사용할까 말까 한 비상 발전시설의 용량을 필요 전력의 100%로 완벽히 갖추는 것은 비경제적”이라며 “제한적 차원의 보험을 들고 있었던 셈”이라고 해명했다.
피해액은 400억인가, 수천억대인가
반도체 생산 라인은 갑자기 흔들리면 작업 환경의 변화로 초정밀 작업에 문제가 일어나 제품의 대부분을 폐기해야 한다.
그 것도 순간 정전이나 1, 2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아니라 무려 8시간 넘게 정전된 것이라면 라인에 들어갔던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전량 폐기할 수 도 있다는 것. 이 경우 피해액은 최대 7,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지진 등과 달리 단순 정전 사고여서 생산설비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신속한 복구를 전개한 덕분에 웨이퍼 손실분을 포함하더라도 전체 피해규모는 당초 예상치 500억원보다 더 작은 400억원 이하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산라인이 멈출 당시 기계에 물려있던 웨이퍼는 깨졌을 수 있지만, 공정과 공정 사이를 이동중인 웨이퍼에는 전혀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규모는 앞으로 검사 결과에 따라 드러날 ‘폐기될 웨이페’의 양에 달려 있는 셈이다.
완전 복구됐나
삼성전자는 4일 정오 생산라인을 완전 복구했다고 밝혔다. 3일 오후 2시 30분 정전으로 K2 지역 6개 생산 라인이 멈춰 선지 21시간 30분 만이다.
삼성전자측은 “조기에 생산이 정상화돼 외국의 대형 수요처에 반도체를 공급하는데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생산라인의 수율(정상제품 비율)도 사고 이전 수준으로 바로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웨이퍼가 완제품이 되려면 보통 40일간 300여 가지의 공정을 거치는데, 제품이나 생산라인의 안정화 여부, 정확한 피해 규모는 40일 후에야 최종 검증이 가능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 가장 큰 미스터리는 정전사태보다도 이를 복구하는데 무려 8시간 넘게 걸렸다는 점”이라며 “반도체 설비를 장기간 방치했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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