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6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오늘 취임한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관세청장, 건설교통부 차관,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화려한 이력을 쌓으며 꼼꼼한 일처리 능력을 보여준 그가 참여정부 금융감독정책의 마무리 투수로 등장한 것이다. 시장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전임 윤증현씨가 1999년 금감위와 금감원이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3년 임기를 채우면서 금융시장 안정과 성장의 토대를 닦았다면, 정책의 일관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정권 말기엔 김 금감위원장 같은 관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다.
지난달 말 내정된 김 위원장은 최근 비공식 업무보고를 받으며 금융산업의 글로벌화와 감독정책의 선진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또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글로벌 신용경색 조짐과 국내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대출 쏠림현상, 과열증시 등 과잉유동성이 초래한 자산시장 거품 등 당면 현안도 세심하게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이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현안과 과제를 챙기고 나름의 구상을 가다듬어 왔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선이 굵고 소신이 뚜렷했던 전임자와 달리, 참모형 실무스타일이 더 부각되는 김 위원장이 레임덕 시기의 거센 정치ㆍ경제적 외풍을 이겨내며 금융시장과 감독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추진력을 발휘할지는 장담키 어렵다.
복잡한 이해가 뒤얽힌 국내 금융시장을 다룬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나, ‘청와대 코드’에 너무 익숙해 시장생리를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항간에는 “정권의 바람을 많이 타는 자리의 성격 상 김 위원장이 ‘7개월 단명’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럴수록 단 하루를 하더라도 분명한 족적을 남기겠다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규제는 풀되 규율은 강화한다’는 열린 자세와 엄격한 원칙을 앞세워 금융을 차세대 성장엔진의 하나로 키우려는 의지를 갖는 것은 결코 과욕이 아니다. 감독당국이 바로 서면, 금융회사 글로벌화는 물론 금산분리 논란의 해법도 못 찾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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