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에선 개인 1,000명 중 2.6명이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매년 3배 이상 파산 신청이 급증하면서 주요 선진국의 파산 비율을 추월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사람이 많은 탓도 있지만, 그 보다는 손 쉽게 빚을 탕감 받으려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허술한 파산ㆍ면책 심사 시스템, 자력 갱생에 대한 유인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낳은 결과였다.
5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12만2,628건으로 전년(3만8,773건)에 비해 3배 이상 폭증했다.
인구 1,000명당 파산 건수로 환산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2.6명으로 미국(5.0명)과 프랑스(3.0명)에 비해서는 낮지만 독일(1.5명) 영국(2.0명) 네덜란드(0.9명) 벨기에(0.9명) 등 대부분 선진국을 넘어선 수치다.
문제는 개인 파산의 증가를 단순히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연구원 이순호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경기침체기인 1978~82년, 90~92년 사이에 개인파산이 각각 20%와 37% 증가한 반면, 경기 확장기인 82~90년과 92~97년엔 오히려 106%와 80%나 늘어났다”며 “이는 신용카드 이용증가 등 소비자 신용 확대에 따른 과다 소비형 파산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반면 개인 회생 및 개인워크아웃 등 자력갱생을 돕는 재건형 프로그램의 이용자 수는 제자리 걸음이다. 개인 회생 신청자는 지난해 5만6,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하는데 그쳤고,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지난해 8만여명으로 2004년(28만여명)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파산신청을 하면 빚 전체를 탕감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소득의 일정 부분으로 빚을 갚아가면서 어렵게 자력 갱생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결과다.
여기에는 ‘파산 브로커’들도 한몫을 하고 있다. 법조계 주변에는 “비용을 내면 거액의 채무를 탕감받게 해 주겠다” “보유 재산을 숨겨 파산 신청을 도와주겠다”며 저(低)신용자들을 유혹하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올 초 광주에서는 고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브로커와 손잡고 500여명의 신용불량자를 소개 받고 15억여원을 챙겼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면책결정이 쉽게 내려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해 파산면책 신청 중 인용(승인)비율은 97.8%에 달했다. 법원이 뒤늦게 개인파산 및 면책의 신청요건 심사와 사후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그 효과는 미지수다.
이 연구위원은 “주변에 파산자가 늘어나면서 파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희석되는 것이 국내에서 파산신청이 급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독일처럼 파산 신청 전에 스스로 채무변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을 입증하는 절차를 두는 등 자력 갱생을 위한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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