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화두가‘혁신(Innovation)’에서‘창조(Creation)’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혁신경영’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게 관건이지만, ‘창조경영’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프론티어(개척) 정신’이 핵심이다.
또‘혁신경영’은 일단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는 반면,‘창조경영’은 익숙한 것이 없어 버릴 필요가 없다. ‘혁신’이란 그 범위와 가능성이 익숙한 틀에서 바뀌지만,‘창조’는 벤치마킹이 필요 없는 무한하게 열린 가능성에 대한 끝없는 도전인 셈이다.
‘사막 위의 뉴욕’을 건설한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상상력을 좇는다고 보면 된다.
‘혁신’의 대명사는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다. 그는 1981년 ‘혁신경영’이라는 잣대로 180여 개의 사업부 중 의료와 서비스, 금융 3개 분야를 중심으로 43개 사업부만 남겨놓고 모두 없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 아이팟의 신화를 창조한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회장은 한 시대의 문화를 대변할 아이코닉 디자인과 창조적 마케팅, 새로운 문화 창조의 3박자로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제 전 세계 기업들은 애플의 상상력을 우러르며‘창조경영’에 목말라 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그 동안 주력해온 ‘혁신경영’의 성과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성장과 실적 향상을 위해 ‘혁신경영’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그것이 직접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일 세계적 경영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전세계 58개국 2,500여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연례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임원 중 46%만이 혁신경영에 대한 투자회수율에 만족했다.
이는 지난해 52%에 비해 6%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3대 최우선 과제에 ‘혁신경영’을 포함한다는 응답자도 66%로 지난해(72%)보다 줄었고, ‘혁신경영’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응답자 역시 지난해(72%)에 못 미치는 67%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제임스 앤드류 BCG 수석파트너는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은 ‘혁신경영’을 최우선 순위에 놓지만, 이를 위해선 조직의 유전자인 DNA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등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은 시간이 갈수록 혁신을 위해 투입한 노력에 비해 성과가 충분치 않다는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경영’의 가장 큰 장애물로 ▦위험을 회피하는 기업문화 ▦지나치게 긴 제품개발 과정 ▦내부조정 부재 ▦상품화할 아이디어의 선별능력 부재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 가장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단연‘창조경영’의 대명사인 애플을 꼽았다. 이어 구글, 도요타자동차, GE,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순이었다.
애플과 구글은 작년에도 1, 2위를 기록했다. 도요타는 4위에서 3위로, GE는 6위에서 4위로 상승했고, MS는 전년과 동일한 5위였다. 반면, 지난해 3위였던 3M은 7위로 밀려났고, 월트디즈니(9위)와 소니(10위)가 톱10에 새로 진입했다.
혁신 50대기업 중 국내 기업으론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위에서 17위로 다섯 계단 떨어진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85위에서 49위로 수직 상승했다.
조동성 서울대(경영학) 교수는 “2,3년 전만 해도 경영자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은‘혁신경영’ 이었다”며 “하지만 10년 후의 신(新)성장동력 확보가 지상과제가 되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마저 미래를 위한 키워드로 ‘혁신’을 버리고 ‘창조경영’을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혁신’은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않고 그 효과는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아 기업으로선 한계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반면 ‘창조경영’은 비전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환경과 자원이 없어도 기업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해 원하는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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