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1시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울대병원. 피랍자 가족들이 고 심성민(29)씨의 빈소를 찾았다. 20여명의 가족들은 심씨 영정을 보는 순간 참았던 울음을 끝내 터뜨리고 말았다. 일부는 오열했고, 희생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가족도 있었다.
위로예배가 시작되자 잠시 진정됐지만 예배가 끝난 후 이내 다시 울음바다로 변했다. 빈소를 지키던 심씨 아버지 심진표(62)씨는 "성민이가 희생의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억장이 무너졌던 피랍 보름 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하시고 마음 아프셨느냐"고 다른 가족들을 오히려 위로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에 가족들은 "감사합니다", "힘을 잃지 마세요"라는 말을 심씨에게 건넸다. 더이상의 희생자는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으로 보였다.
오후에 분당 피랍자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긴 가족들은 현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남아 있는 21명의 안전을 두손모아 기원했다. 일부 가족들은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직접 협상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편 피랍자 무사귀환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이나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었던 가족들은 파키스탄으로 방향을 선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위험하며 득보다 실이 많다"며 아프간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차성민(30) 피랍가족대책위원장은 "어제 김호용 외교부 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파키스탄으로 가는 문제를) 논의해 보자는 얘기를 들었으며, 방문할 경우 5~7명의 가족이 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차씨는 미국 방문을 취소키로 한 이유에 대해 "피랍자 석방을 위해 미국을 압박할 경우 1대 1 교환이 더욱 어렵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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