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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 서해 갯벌은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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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 서해 갯벌은 쉬고 싶다

입력
2007.08.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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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1시 충남 당진군 송악면 도비도 갯벌. 바닷물이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광객 300여명이 물밀듯이 갯벌로 몰려간다. 여기저기서 호미와 삽으로 곳곳을 파헤치고, 바위를 뒤집는다.

손을 한번씩 움직일 때마다 조개와 게, 소라, 고동이 몸을 드러냈고,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렇게 30여분이 흐른 후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묵직한 자루 하나씩 들고 일어났다.

관찰보다는 채취 우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생태계의 보고인 국내 갯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끝없이 밀려드는 갯벌체험 관광객들이 생태계를 직접 보고 배우며 그 소중함을 느끼기보다는 채취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장료가 없는 갯벌에는 하루에 1,000여명씩 몰려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는 딱딱하게 다져졌고 갯벌생물의 은신처인 바위는 모두 뒤집혔다. 아이들은 갯벌생물의 생태를 눈으로 보고 느낀 점을 관찰일기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닥 곳곳에는 발이 떨어져 나간 작은 게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았다. 잠시후면 죽고 말 것이다.

무제한 입장시켜 입장료 챙겨

충남 서해안 갯벌은 20여년전부터 간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40%가 사라졌지만 아직도 전국갯벌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체험관광이 가능한 갯벌은 50여곳으로 대부분 어촌계나 개인이 운영하며 입장료를 받고있다. 조개를 캐면서 시골정취를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자체는 농산물판매 등으로 농민들의 수입이 쏠쏠해 소득증대사업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인원 제한을 하지 않고 쉴 새 없이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갯벌의 자정작용이나 수용력을 상실하게 하고 생태계를 오염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체험인원, 체험활동범위, 휴식년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갯벌활동 등에 관한 관리지침’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체험장마다 인원제한을 하지 않고 조개 등 수산물의 채취량 규제도 없다. 새끼조개까지 싹쓸이 채취를 하다 보니 일부 갯벌은 바지락 씨가 마를 정도다.

갯벌 경화현상 등 부작용

체험장 일부는 벌써 뻘 흙이 딱딱해지는 경화현상과 지형 높낮이가 달라져 바다생물이 살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갯벌 체험시 생물을 채집하면 한달 뒤 같은 장소에서 갯벌생물 45%가, 관찰만 해도 20%이상이 각각 줄어든다.

어른이 밟고 지나가기만 해도 표면에 살고 있는 어린 생물들은 전멸한다. 태안군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갯벌체험 관광객이 부쩍 늘어 바지락 등 갯벌생물이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2, 3년 주기로 휴식년제를 강제로 도입하는 한편, 갯벌의 생태 관리와 연구가 필요하다. 또 출입 인원을 정하고 채취수산물의 크기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진=글ㆍ사진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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