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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르쇠'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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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르쇠' 경찰

입력
2007.08.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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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11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관련 집회ㆍ시위 일정을 물었다. 단순 집회ㆍ시위 유무는 공개 정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해당 부서 직원은 대뜸 “담당 직원이 없다”고 했다. 단순 집회ㆍ시위 유무는 공개사항이라고 말해도 “담당 직원이 외출 중”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어이가 없어 서장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서장은 한술 더 떠 “공개인지 비공개인지 모르겠다”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엉뚱한 말만 했다.

집회ㆍ시위 신고내용은 누구든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경찰 민원처리 규정 등에 따라 경찰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시민의 전화ㆍ방문 문의에 답해야 한다. 도심 시위 등으로 교통통제가 있는지 운전자들이 문의하면 답해줘야 하고, 집회ㆍ시위를 신고하려 할 경우 장소와 시간이 비었는지 확인해 줘야 하는 것이다. 다만 신고자 이름과 전화번호 등 신상 관련 정보만 비공개 대상이다.

종로서는 청와대, 정부청사, 주한 미대사관 등 ‘집회ㆍ시위 1번지’를 관할하는 곳이다. 종로서 경찰들이 이런 기초적 지식조차 없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이든 일단 감추고 보려는 공무원들의 몸에 밴 비밀주의 탓 아닐까.

종로서를 나서다 참여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침이 생각났다. 국가기밀도 아닌 공개정보를 두고 이런 소모전을 치르는 현실에서 브리핑에만 의존해 기사를 쓰라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시행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공무원들과 입씨름을 하느라 애꿎은 시간과 전화비만 낭비하게 될지 모른다.

집회가 열리고 있는 광화문 열린마당을 지나는데 건너편으로 브리핑룸 공사가 한창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이 보였다. ‘탕!탕!’ 국민의 알 권리, 취재의 자유에 ‘대못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현정 사회부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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