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지음 / 예담 발행ㆍ316쪽ㆍ1만 2,000원
“인생은 참 살 만해요, 다들 더 많이 가지려 안달해서 그렇지. 내 것을 돌아보면 누구나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소설가로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장석주(53)씨가 새 산문집을 냈다. 7년 전부터 서울 생활을 접고 경기 안성에 ‘수졸재(守拙齋)’라는 집을 짓고 사는 그는 산문집 <새벽예찬> 을 “그간 내 안에 일어난 변화에 대한 관찰서”라고 말한다. 새벽예찬>
그는 자연을 벗삼아 노자와 장자, 공자 읽기를 즐기면서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 느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꽃이나 나무 뿐만 아니라 글과도 대화를 나누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깊어져가는 그의 자연을 향한 사랑은 39개의 짤막한 편지로 거듭났다. 이 책은 프랑스 시인 이브 본느프와의 시에서 차용한 ‘두브’라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시골생활의 일상 중에서도 저자는 유난히 음식에 대한 묘사에 무게를 실었다. 하찮게 보이는 먹거리만 잘 살펴봐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생각없이 흘려보내는지 알 수 있다는 게 그 이유.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현대인의 소통의 부재’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을 독자에게 말을 거는 편지 형식으로 쓴 것도 그래서다. 특히 그는 현대인이 질병처럼 여기는 외로움은 두려워해야 할 적도, 기피해야 할 대상도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외로움이야말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누림의 시간이자 창조의 시간이라는 것. 외딴 곳에서 혼자 지내는 그에게 ‘외로움의 즐거움과 가치의 재발견’은 이번 산문집 발간의 중요한 동기 중 하나다.
느림의 철학을 담고 있지만 경험을 통해 쓴 각각의 글은 지루하기는커녕 생동감이 넘친다. 한가로운 여름날의 오후를 상세히 그린 ‘여름날이 긴 것을 사랑한다’ 같은 글을 읽노라면 한껏 늘어져 게으름을 즐기는 그의 삶이 부러워지기까지 할 정도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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