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일 충북 청주시 실내체육관에서 개최한 6차 합동연설회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 대결이 한층 치열해졌다. 금품살포설, 여론조사 방식 논란 등 때문에 양측이 막판 거센 충돌을 빚는 상황과 맞물려 두 사람의 연설 공방이 과열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를 겨냥, "내가 남의 이름으로 땅을 숨겨 놓았다거나 땅투기를 했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조작된 정보를 갖고 음해 공작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사전 배포한 원고에서는 "이제는 돈 뿌리고 있다는 거짓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전 시장은 또 박 전 대표가 자신을 '양파처럼 까도 까도 의혹이 나오는 경선후보'라고 말한 것을 의식, "양파는 껍질을 벗겨도 벗겨도 양파만 나오지 속은 아무 것도 없다"고 응수했다. 그는 "추악한 정치 공작에 대해 분노한다"고도 했다.
이 전 시장은 특히 "어머니를 모독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진실을 밝히려고 DNA 검사까지 받았다"며 "출생 의혹이니, 병역 비리니 하는 추악한 공작은 모든 게 거짓이라고 만천하에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공작의 배후 세력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박 전 대표 측과 여권을 겨냥했다.
박 전 대표는 "좌파는 분열 때문에 망하고 우파는 부패 때문에 망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또 '부패 정당' '땅떼기당' 소리를 들으면 대선이 어떻게 되겠나"고 이 전 시장을 공격했다.
그는 또 "강바닥 파고 토목공사 한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집 앞에서 대규모 공사가 벌어져도 정작 돈은 개발 정보를 미리 챙긴 사람들만 벌어가지 않았나. 땅이 아니라 땀으로 돈 버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맹공했다.
박 전 대표는 "민생탐방을 다니면서 서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수첩에 빽빽이 적어 놓았다. 대통령이 되면 그 수첩부터 열어 보겠다"며 "민생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헤진 속치마를 보고 간호사가 울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낡은 벨트와 넥타이 핀 때문에 의사는 아버지를 알아 보지 못했다"며 "내 몸 속에는 그런 어머니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감성을 자극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ㆍ박 두 후보 진영이 금품 시비까지 벌이며 극단을 달리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극도의 비방전을 하면 경선 후 봉합을 어떻게 하겠냐"고 우려했다. 원희룡 의원도 "1등 경선후보 한 사람을 뽑고 나머지를 죽이기 위해 경선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양 진영의 싸움을 비판했다.
한편 이날도 4,000여명의 이ㆍ박 후보 지지자들이 몰려 세 대결을 펼치면서 여전히 과열 양상을 빚었다. 또 금속노조 노조원들이 박 전 대표의 동생 지만씨가 운영하는 EG그룹의 부당해고 등을 주장하며 행사장 앞에서 집회를 가지는 것을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회장은 너무 더워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의 권유로 경선후보들이 처음으로 양복 상의를 벗고 연설했다.
청주=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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