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 뼈가 발견되면서 미국의 검역 체계와 쇠고기의 안전성을 놓고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이후 갈비, 내수용 등‘불량품’이 수차례 검역과정에서 적발된데 이어 이번 사태까지 겹치면서 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개방은 올해 안에 이루어지기 힘들 전망된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잇단 수입 위생조건 위반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수입된 미국 쇠고기가 검역 불합격 조치와 함께‘전량 반송’된 것은 이번 척추 뼈 물량을 포함해 무려 15차례에 이른다.
지난해 10~12월에는 뼛조각과 기준치를 넘는 다이옥신 검출로 4차례 되돌아갔다. 올들어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반송하는‘부분 반송’방식을 적용한 뒤에도 갈비 통뼈 박스가 7차례,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3차례나 검역 과정에서 발견됐다.
미국측 검역 체계에 허점이 많고, 수출업체들이 무성의하게 쇠고기를 실어보내고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이번에 발견된 척추 뼈는 현행 수입위생조건 상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정상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미국 측이 어긴 수입위생조건 중 가장 심각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수입위생조건 21조는 SRM이 작업장에서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 등의 5가지 사례를 들며“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미국 광우병의 확산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할 경우도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온 시민ㆍ농민단체들은 수입 전면 중단의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다.
정부는 1차적으로 검역 중단 조치를 내린 뒤 향후 상황을 봐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입을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갈비 수입에도 부정적
이번 사태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중단으로 비화되지는 않더라도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수입위생조건 개정 작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
농림부는“두 문제를 별개로 볼 수도 있지만 척추 뼈까지 나온 현 상황에서 8단계 수입위험평가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4월 말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광우병 위험 통제국’ 판정을 받은 직후 수입 위생조건 개정 협의가 시작됐으며, 현재 5단계인‘수입허용(개정) 여부 결정’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가축방역협의회에서는 잇따르는 현 수입위생조건 위반 사례로 인해 결론이 도출되지 못했다.
대다수 위원들이 검역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미국의 명확한 원인 규명과 납득할 만한 재발 방지 대책을 받은 후 다시 협의회를 개최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광우병 발병 위험이 있는 척추 뼈까지 발견된 이상 9월은 물론 연내에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이 체결돼 뼈 있는 쇠고기가 수입될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 한미 FTA 영향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최대 난제였던 쇠고기 문제가 다시금 통상 현안으로 불거지게 되면 FTA 비준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비준 절차에 본격 착수하기 전에 미국산 쇠고기가 자유롭게 한국에 수입돼야 순조로운 비준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우리측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9월 중 갈비 수입 가능성 등을 흘린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수입위생조건 개정→뼈 있는 쇠고기 수입 재개→한미 FTA 비준 조기 마무리’로 연결되는 시나리오가 예기치 않은 암초를 만난 셈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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