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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한국과 접촉 앞두고 "인질 문제 숙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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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사태/ 한국과 접촉 앞두고 "인질 문제 숙고중"

입력
2007.08.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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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지도자위원회의 다음 카드는 무엇일까.

한국인 피랍 보름째인 2일 탈레반 무장세력이 그동안의 강경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등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탈레반이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직접 협상을 앞두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꽉 막힌 협상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되는 국면이다.

탈레반, 직접 협상 강조

10번째 협상 마감 시한(1일 오후 4시 30분)이 하루 이상 지났지만, 탈레반측은 이날 새로운 협상 시한을 제시하지 않았다. 살해 협박의 목소리도 쏙 들어갔다. 피랍 이후 거의 매일 협상 시한을 설정하며 수감자 석방 요구와 살해 협박을 되풀이하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탈레반은 오히려 한국과의 직접 대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연락이 왔다”며 “우리도 한국측과의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측과 어디서 어떻게 만날 지는 탈레반 지도자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의 대면 접촉 가능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상당 수준의 직접 협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이날 아프가니스탄 정부 협상 대표단인 와히둘라 무자다디 의원이 아프간 정부의 협상 무성의를 이유로 대표단에서 사퇴하는 등 아프간 정부는 협상테이블에 발을 빼는 형국이다.

탈레반 전략 수정?

한국과의 직접 협상을 강조하고 나선 탈레반의 향후 행보를 예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오마르가 이끄는 지도자위원회가 인질 처리를 두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는 단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디 대변인도 전날 밤 “인질들은 무사하다”면서 “지도자위원회가 인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마르가 3명의 고위급 인사를 인질 상황 감독자로 지명했다”며 “이들은 언제든지 인질 살해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인질 문제에 대해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돼 인질 처리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얘기다.

탈레반으로서도 수감자 석방에 대해 아프간 정부가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무작정 인질을 계속 살해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수감자 석방 권한이 없는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몸값 흥정 등 다른 계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변 군사적 긴장감 고조

탈레반의 유화적 태도가 아프간 정부군과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을 피하기 위한 지연 전술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프간 군 당국이 가즈니주(州) 일대에 중무장 장갑차를 배치하고 주민들에게 군사작전에 대비, 피난할 것을 요청하는 전단을 뿌리는 무력시위에 대한 전술적 대응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아프간 정부는 인질 구출작전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구출작전이 전개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군사적 긴장감은 고조되는 상황이다.

탈레반측이 이 같은 군사 작전에 위협을 느끼고 일시적으로 인질 살해를 중단하고 ‘시간 벌기용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의 직접 협상에서 탈레반이 어떤 자세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오느냐가 남은 피랍자 21명의 생사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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