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20만대 이상의 차량이 이용하는 미국 도시 한복판의 다리가 순식간에 붕괴, 강물위로 무너져 내린‘미국판 성수대교’사고가 발생해 미국 전역이 충격과 경악에 빠졌다.
1일 오후 6시5분(현지시간)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도심에 연결되는 왕복 8차선 고속도로 교량의 양쪽 끝이 마치 칼에 잘린 듯 끊어지면서 미시시피강을 가로지르던 300여m 가량의 다리 구조물이 강물에 처박혔다.
차량이 몰리는 퇴근길 러시아워에 일어난 이번 사고로 당시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 50여대가 무너진 다리와 함께 강으로 추락해 2일 새벽 3시 현재 최소 9명이 숨지고 20여명이 실종됐으며 62명이 부상했다.
당시 도로 위 차량에 수백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NN 방송과 폭스뉴스 등 TV 방송들이 마치 폭격을 당한 듯 처참하게 붕괴된 다리 모습과 함께 시시각각 사고소식을 전하자 미국인들은 이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경악을 금치 못했다. 팀 폴렌티 미네소타주지사는 “대재앙”이라며 비통해 했다.
■ 사고 순간 및 현장
사고 당시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들은 한순간 공중으로 붕 뜨는 듯 했다가 곧바로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다리가 무너지면서 콘크리트 먼지가 30여m 상공까지 치솟았고 다리 위는 삽시간에 공포에 찬 비명과 경적소리로 뒤엉켰다. 구조된 일부 운전자들은 다리가 짧은 시간동안 흔들리다 굉음과 함께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근처의 다른 다리를 지나던 재닛 스테이틀리는 “귀를 찢을 듯한 엄청난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끊어진 다리가 거의 수평으로 강물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며 “눈앞의 모습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다리와 함께 물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차들이 장난감 차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강물 위로 드러난 다리의 상판들 위에는 많은 차량들이 콘크리트 파편들 사이에서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일부 차량은 다리에 한쪽을 걸친 채 반쯤 물속에 잠겨 있었다.
교량을 받치던 철골조는 엿가락처럼 휘어지거나 꺾인 처참한 몰골을 드러냈다.
■ 인명피해 및 구조
물에 잠긴 차량이나 다리 상판 사이에 끼인 차량 등에서 생존자를 찾아내기 위한 구조작업과 잠수부들도 동원된 대대적인 물속 수색 작업이 벌어졌으나 사고 후 3시간여 만에 어둠이 깔리면서 구조활동은 중단됐다. 2일 새벽 2시까지 파악된 7명의 사망자는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 직후 TV 방송 등을 통해 무너져 내리지 않은 부분의 다리 위에 스쿨 버스가 방치돼 있는 것이 보이기도 했으나 이 버스에 탔던 60여명의 초등학생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생존자들은 물에 잠긴 차량에서 헤엄쳐 나와 구조됐으나 많은 차량들이 부서진 교량의 잔해에 갇힌 상태여서 구조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 사고 원인
다리가 무너져 내린 원인은 즉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미 국토안보부 관계자들은 “테러에 의한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무너진 다리에서는 전날 밤부터 노면 콘크리트 보수, 가드레일 교체 등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 때 휴대용 착암기가 사용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으나 이 공사가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명확치 않다. 당국자들은 1967년 건설된 이 다리에 구조적ㆍ공학적 문제가 생겨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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