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미국 감싸기’식 대처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에 쇠고기 척추 뼈가 발견된 것은 지금까지 미국이 어긴 수입위생조건 내용 중 가장 심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입 중단이 아닌 검역 중단이란 카드를 꺼냈다. 검역 중단은 6월 내수용 쇠고기가 발견됐을 때 취했던 조치로, 수입 중단보다 낮은 제재다.
수입 중단은 검역 대기 등 통관 절차를 끝내지 못한 모든 쇠고기를 반송 또는 폐기하고 미국 수출 작업장의 선적까지 일제히 중지시키는 조치다. 이에 비해 검역 중단은 말 그대로 검역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보류한다는 뜻이다. 여전히 미국 수출업체들은 한국 수출과 관련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검역을 받지 못하는 만큼 국내 유통은 안된다.
정부는 “일단 검역 중단을 취한 뒤 미국 측 설명과 보완 조치 등을 보고 수입 중단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상대방의 ‘해명’을 충분히 듣고 난 뒤 더 강한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 강한 제재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의심스러운 이유다. 일본은 지난해 1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 뼈가 발견되자 전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또 2일 척추 뼈의 안전성을 설명하면서 미국을 대변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지난해 초 맺은 한미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척추 뼈는 분명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지만, 현재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에 따르면 ‘광우병 위험 통제국’(미국)에서 30개월 미만의 척추 뼈는 SRM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현재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에서 OIE 등급 판정 기준을 들이밀며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먼저 나서 미국을 두둔한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 김창섭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척추 뼈가 문제가 되는 건 뼈 사이의 척수인데, 이번 척추 뼈는 척수가 제거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역 전문가들은 척수를 제거해도 척추 뼈의 오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잇따라 수입됐을 때에도 미국 측의 해명을 충실하게 받아들여 신속하게 해당 작업장 수출 선적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 같은 정부의 ‘유연한’ 태도는 농림부와 검역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를 우려해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정부 내에서 지배적인 데서 비롯된다.
진성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