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고향으로 유명한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 고은(74) 시인의 시비(詩碑)가 건립된다. 해외에 국내 시인의 시비가 세워지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2007 미래를 여는 아시아 청소년 캠프’(20일까지)에 2일 참석해 특강을 한 고은 시인은 기자와 만나 “올해 2월 스페인 말라가 시립박물관에서 개최된 ‘한국 문학의 밤’ 행사에서 <말라가에서> 라는 제목의 즉흥시를 낭독했는데, 최근 말라가 시에서 내년 2월 이 시를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병기한 시비를 제막하겠다며 초청해왔다”고 밝혔다. 말라가에서>
시비는 말라가 시청 광장에 세워지며, 탁본이 가능하도록 광장 바닥에 시를 새긴 동판이 따로 설치된다. 말라가 시는 시비 제막식에 맞춰 고씨의 시와 시론, 경력을 실은 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만인보> 등 3권의 시집이 스페인에 번역된 고씨는 올해 이 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인문 부문에 유력 수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만인보>
이날 아시아 23개국 300여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도전과 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란 주제로 강연한 고씨는 질의응답 시간에 최근 한국 문학계의 비정치적ㆍ비현실적 성향을 비판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역사와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고민하지 않고, 정치, 사회 등 거대 화제 대신 자기 속에 있는 것 만을 갖고 문학을 한다”며 “좋게 말하면 ‘내면의 기록자’이고, 나쁘게 말하면 ‘내면에 갇힌 원숭이’와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디에 서 있나를 질문하는 것 자체가 진부할 수 있다”면서도 “개체 안에 함몰될수록 인간이 관계적 존재임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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