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좌우하는 것은 충동과 본능"이라고 한 정치학 교과서는 쓰고 있다. 유권자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인의 말에 더욱 빠르고 강하게 반응한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표심을 움직이기 쉽다. 한나라당 경선전에서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감성 전략 대결은 불꽃을 튀기고 있다.
네거티브에 감성만큼 효과적인 대응도 없다. 2002년 대선 당시 장인의 좌익 활동이 문제가 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라는 말로 상황을 반전시켜버렸다.
이명박 전 시장도 최근 이 같은 시도를 했다. 부동산 등 재산 형성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해 "누가 나를 향해서 내 삶에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집약된 언어로 반박했다. "나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살아오지 않았다","기업인으로 서울시장으로 최선을 다했다. 이것이 흠인가" 등의 발언도 뒤따라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이다.
박 전 대표도 최근 상대의 네거티브에 감성으로 응수했다. 이 전 시장측이 "찬물에 손 한번 안 담갔다"고 공격하자 박 전 대표는 "이 손으로 부모님의 피 묻은 옷을 두 번이나 눈물로 빨았고, 붕대를 감고 당을 구했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손을 잡았다"고 되받아 쳤다.
감성 전략은 유권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킴으로써 표심을 흔든다. 이 전 시장의 감성 자극 소재는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다.
"어려서부터 새벽시장 청소부, 행상 등 생활현장에 뛰어들어 질풍노도의 바다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이 자리까지 왔다"는 말은 늘 그의 연설문과 홍보물의 한 자락을 차지한다. 힘들게 사는 서민들에게 이만한 감성 자극도 없다. 이 전 시장측 진수희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이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얘기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감성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 앞서 눈물을 흘리면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한 적이 있다. 그만큼 그는 감성 코드에 강하다. 그의 주된 소재는 부모님, 당대표시절의 피습 사건, 붕대투혼 등이다.
이 전 시장측이 경선 막바지에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박 전 대표의 감성 호소라고 한다. 박 전 대표측 백기승 홍보기획단장은"진실성이 있어야 유권자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의 감성에 대중이 호응하는 것도 진실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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