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여름 일본 열도 북단 아키타현에 취재차 갔을 때 일이다. 마침 마쓰리(일본 전통 축제) 중에서도 유명하다는 간토(竿燈) 마쓰리를 볼 기회가 있었다.
간토란 한자 그대로 대나무 장대에 등을 매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장대에 올리는 등이 심지어 46개에 무게는 50kg까지 나간다. 이것을 손바닥에 올리는 것은 물론 머리나 허리로 이기도 한다.
특히 굽이 높은 게다(일본 나막신)를 신고 이동하기 때문에 그 아슬아슬함이란 이루 말할 나위가 없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등불은 더더욱 화사해지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오른다. 이때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것이 북이다.
■100개까지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많은 북이 현청 앞 대로 한복판에 등장하는데 쿵쾅 쿵쾅 하는 그 울림이 천둥소리 같다. 북의 크기도 우리나라 절에서 보통 보는 큰 법고보다 훨씬 크다.
작은 섬나라 이미지가 강한 일본에서 이렇게 큰 북이, 이렇게 크게 울릴 줄은 몰랐다. 그런데 10분, 20분 시간이 갈수록 북의 울림은 천둥소리 같은 느낌에서 다소 단조롭다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많은 북을 서로 다른 사람이 쳐대는데 왜 이렇게 단조롭게 느껴질까…. 그 비밀은 2박자에 있었다.
■여러 가지로 변형을 가하기는 하지만 그 기본은 쿵 짝 쿵 짝 하는 2박자이기 때문에 단조로운 것이다. 불안정한 3박자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무궁무진한 변화를 가하는 사물놀이식 한국 음악에 익숙한 귀에는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30분, 40분 계속 듣다 보니까 그 단조로움은 안정감과 균제미로 바뀌었다.
그런 점에서 차츰 고조되다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박자 감각 자체가 없어지고 거의 무아지경에 빠지는 사물놀이는 또 어떻게 보면 혼돈과 광란에 가깝다. 이런 대비는 일반적으로 일본인이 좋아하는 한국의 스타일, 한국인이 선호하는 일본의 모습과 겹친다.
■일본인들은 대개 강렬하고 역동적이고 파격적인 한국의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인은 일본의 담백한 균제미에 반한다.
지난 달 28일 가고시마현에서 전북 김제 용지중학교 사물놀이패와 카노야시 고교 다이코(太鼓ㆍ일본 전통 북) 연주단의 합동 공연이 열렸다.
양쪽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니 간토 마쓰리의 북과 사물놀이의 대비 비슷한 걸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고 서로 잘 어우러졌다고 한다. 오랜 문화적 성취를 일궈온 한국과 일본은 역시 서로 배울 게 참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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