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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과거사위 '뻔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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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과거사위 '뻔한 고백'

입력
2007.08.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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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그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05년 출범한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 과거사위는 1일 과거 경찰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용공 조작 의혹 등 3개 대상 분야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980년대 중반까지 경찰이 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그러나 80년대 이후 선거에서 경찰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개입 했는지에 대해선 아무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용공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도 기왕의 알려진 이야기를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9월에도 경찰 과거사위는 부실한 조사 비난에 직면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 조사결과, 군과 경찰이 한국전 전후로 민간인 1만7,716명을 학살했으며 이중 3,593명 이상이 보도연맹원 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인학살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측은 “보도연맹 피해자 수만 79개 시, 군에 6만명이 넘는다는 증언과 자료를 갖고 있다”며 “실체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난했고, 결국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신부)가 직권 조사에 나섰다.

심지어 3월 청주대 자주대오 사건 결과 발표 때는 과거사위가 “자주대오라는 조직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보기에는 신빙성과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는데도 한 경찰측 조사위원은 발표장에서 “자주대오가 이적단체라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며 상반된 발언을 했다.

경찰 과거사위의 엉성한 조사와 부실한 조사결과는 과거사위 구성 등에서 잘못된 출발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찰은 2005년 3월 민간인 8명, 경찰 8명 등 임기 2년의 조사위원 16명으로 1기 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꾸리자 마자 민간위원 2명이 위원회 운영에 불만을 품고 그만두었다. 한 조사위원은 “지난해 3월에도 2기 과거사위가 출범한 이후 2명이 떠났다”며 “조사 방식과 운영에 대한 경찰측과 민간위원은 물론 민간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 조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경찰 측 조사위원은 경찰청 차장, 보안국장 등 경찰의 핵심 간부들이어서 과연 제 식구의 잘못을 제대로 들춰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또 다른 조사위원은 “경찰측 위원들이 인사로 자주 바뀐 데다 성향도 서로 달라 회의 자체가 어수선했다”며 “괜히 경찰들 명분 쌓기 용으로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는 민간위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료 등 기본적인 준비조차 제대로 안 했다는 비판도 많다. 실체 규명에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사건들을 한꺼번에 조사하기엔 조사위원 15명은 터무니없이 적다. 실제 이날 과거사위 발표 내용은 당시 경찰의 통계자료, 관련자 증언, 언론 보도가 대부분이고, 경찰 내부 첩보 등 핵심 문건은 찾을 수 없었다. 사건 관련 현장을 일일이 찾아 다니는 것은 엄두도 내질 못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은 4억7,7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 경찰 과거사위가 기존 의혹을 다시 확인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기관별 과거사위 설치 조항을 삭제하는 ‘과거사 기본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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