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1일 한국인 인질을 네 명을 추가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인질 대량 살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9차 협상 시한(한국시간 오후 4시 30분)이 지난 직후 살해 계획을 밝혔다.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 피살 때도 아마디의 살해 경고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인질 집단 피살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탈레반의 대량 살상 위협은 인질_탈레반 수감자 석방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마지막 돌파구를 찾으려는 벼랑 끝 전술이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탈레반이 인질을 추가 살해할 경우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군사 작전을 실행할 명분만 주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끌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심성민씨 살해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인질 네 명을 한꺼번에 죽이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자국민이 대량 살상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아프간 정부를 알아서 설득하라’는 메시지를 우리 정부측에 전달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탈레반의 다음 카드가 인질 집단 살해일 수 있다는 징후는 여러 군데서 감지됐다. 특히 탈레반이 인질 희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성을 죽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아마디 대변인이 이날 “여성 인질 2명의 건강상태가 악화, 죽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언론에 흘린 것은 여성 인질 살해에 대한 이슬람 사회의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각에선 여성이 포함된 다수의 인질들은 은신처를 찾아 다니는데 걸림돌이 되는 데다, 군사 작전이 시작될 경우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자를 우선 살해하고 인질 숫자를 줄일 현실적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탈레반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함에 따라 아프간 정부가 군사 작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날 아프간 정부가 군사 작전에 대비하라는 전단지를 현지 주민들에게 뿌렸다는 보도에 이어 작전이 시작됐다는 로이터 통신 등의 오보가 나오는 등 군사 작전 가능성을 둘러싼 극심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한국 인질들의 생명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는 것이다.
물론 탈레반이 인질 대량 살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실제로 쓸 지에 대해 회의적 전망도 있다.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전혀 얻어내지 못한 채 미군 등이 주도하는 무차별 보복 공격을 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탈레반측으로서도 이는 최악의 상황이다. 아마디 대변인은 네 명 살해 경고 이후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대화를 선호한다”고 말해 대량 살상 카드가 초래할 결과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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