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은 깨달음의 필수조건인가?”
불교계의 뜨거운 감자인 ‘금욕과 깨달음’의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된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창설 50주년 기념으로 2,3일 개최하는 국제학술회의에서는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 6개국 12명의 종교학ㆍ인문학자들이 참가, 이 문제를 논의한다.
조계종 등 출가불교가 주류인 한국 불교계는 금욕을 깨달음의 필수조건으로 간주하는 초기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반론들이 제시될 예정이라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 불교계에서 민감한 주제라는 이유로 그동안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된 바 없어 그 의미가 깊다. 불교 뿐아니라 기독교 천주교 유교 등 다른 종교들이 금욕과 깨달음(구원)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살피는 등 넓은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된다.
루이스 랭카스터 미국 UC버클리 아시아언어문화학과 명예교수는 ‘보살과 금욕’이라는 논문을 통해 아시아 불교의 전파와 수용 과정을 제시하며 “금욕은 불교의 중요한 수행방법이지만, 깨달음이 반드시 금욕을 통해서 올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출발한 초기불교는 욕망을 억제하는 수행에 방점을 뒀지만 이후 네팔 티베트 몽골 등 중앙아시아와 일본 등에서는 대처승(帶妻僧)을 인정하는 등 인간의 기본욕망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수용됐다는 것이다. 랭카스터 교수는 또한 아소다라와 결혼했지만 출가한 뒤 대각(大覺)했던 교조 석가모니의 사례를 제시하며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한다.
시즈카 사사키 일본 하나조노대 교수(불교학)는‘고대 인도불교에서의 금욕’이라는 논문을 통해 금욕이 종교적 도그마로 사용된 측면을 짚는다. 불교의 기본규범인 계(戒)와 율(律) 모두 수행자들의 성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깨달음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성관계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대중들로부터 수행자들의 사회적 위신이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강했다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노영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종교학)는 금욕에 대한 유교의 해석을, 호레이스 제프리 호지스 경희대 교수(영문학)는 14세기의 명시 ‘가웨인경과 녹색기사’를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분석해 금욕과 깨달음, 종교적 구원의 상관관계를 조망할 예정이다.
윤원철 서울대 교수(종교학)는 “금욕을 강제하는 계율을 완화해 해석할지 여부는 불교사의 중요한 쟁점의 하나였다”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막는 것이 중요한지, 그 에너지를 종교적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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