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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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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

입력
2007.08.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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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웃음에 주름이 활짝 펴졌다. 꽃다운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내동댕이쳐진 탓에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마음껏 웃어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 할 만큼 지난달은 어둡고 아득했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세상 그 누구보다 기뻤고 소녀처럼 아름다웠다.

미국 하원이 ‘위안부’ 결의안(HR12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31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모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활기 찼다.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는 우렁찼고 나비 모양의 피켓을 흔드는 손 동작에도 힘이 넘쳤다.

미국 하원이 이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20세기 최대 인신매매 사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역사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은 외롭고 힘겹게 싸울 때마다 버팀목이 돼 준 서로를 격려했다. 박옥선(79) 할머니는 “목숨 걸고 고향에 돌아와서도 우리가 겪은 고통에 대해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우리가 이 문제를 꺼내고 싸우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정부나 여론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정대협 수요집회에 참여해 준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기쁨이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힘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참석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순덕(91) 할머니는 “열 일곱 살에 끌려가 죽을 만큼 매를 맞아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이도 없다”며 “모두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며 울먹였다. 길원옥(79) 할머니는 “함께 싸우다 이런 기쁨이나마 누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기쁨도 잠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길고 긴 싸움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김건자(81) 할머니는 “우리는 역사의 산 증인이”이라며 “일본 정부는 우리가 죽고 나면 모든 게 끝날 줄 믿지만 진실이 언제까지나 묻혀있을 순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옥선 할머니는 “(일본이) 사과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배상해 준 돈을 내 손에 쥐기 전까지 믿을 수가 없다”며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할머니들은 또“세계 곳곳 전쟁터에서 지금도 숱한 여성과 아이들이 고통 받고 목숨을 잃고 있다”며 “우리 같은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는 만행을 저지른 이들이 반드시 사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김혜경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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