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차게 오르던 주가에 제동이 걸렸다.
5개월동안 400포인트가 넘는 상승세를 보인 끝에 나온 것이라 투자자에게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하락의 주요 원인이 미국발 신용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하니 외환위기와 대우채 사태 등 숱하던 겪었던 신용위기의 추억이 연상되기도 한다.
일단 악재가 불거진 이상 과소평가해서도 안되겠지만 침소봉대해서 큰 그림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한마디로 다소 냉정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미국발 신용위기로 자주 거론되는 사례가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 파산선언) 당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의 파산이었다.
파산규모도 어마어마했지만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불거졌던 문제이어서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매우 컸다. 당시 S&P500 지수는 불과 3일 만에 12%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고,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흔들거렸다.
이번 모기지 사태 역시 헤지펀드의 파산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시와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 모라토리엄의 경우에는 설마 하던 상황에서 터진 것이라 헤지펀드의 파산 역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반면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경우는 이미 올해 2월말부터 불거졌던 문제다.
또 헤지펀드의 속성을 감안하면 일부 헤지펀드나 금융기관이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금융시장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예측 불가능한 것은 그 파장이 천양지차다. 특히 신용위기는 심리적 불안감을 먹고 사는 특성이 있어서 갑작스러운 부도 소식은 순식간에 신용시장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이른바 ‘흑자부도’도 신용위기가 공포단계로 변하는 시기에 흔하게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우리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상태에서 불거졌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비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과거 신용위기 당시 적극적으로 개입해 파장을 단기간에 최소화하려 했던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해 볼만하다.
모기지 연체율의 증가는 기본적으로 경기와 소득의 함수이다. 경기가 좋아 실업률이 낮아지고 소득이 높아진다면 연체율 역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상환여력이 낮은 소득층에 대한 과도한 대출이 문제가 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저점을 지나고 있는 미국 경기의 회복 여부와 그 속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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