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뒤 한인 동포들이 워싱턴 인근에 마련한 조촐한 자축의 자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선창으로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4월 하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의 청문회에 참석, 일제의 만행을 증언했던 이 할머니는 이날 자축연에 참석한 에니 팔레오마베가 하원의원과 함께 덩실덩실 어깨춤까지 추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결의안 지지 확산을 위한 풀뿌리 로비에 참여했던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한인 대책위 대표들도 “미 의회가 움직인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대일 비판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축연에는 중국계 대표들도 참석, 결의안 통과과정에서 확인된 한중 공조를 과시했다.
위안부 결의안을 최초로 발의해 이날 본회의 채택에 이르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한 민주당 소속 마이클 혼다 미 하원의원은 앞서 결의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위안부 결의안에 담긴 지혜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결의안이 상정된 뒤 제안ㆍ지지 발언에 나선 8명의 의원들은 대부분 1999년 의회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주장, 이 문제를 이슈화했던 레인 에번스 전 의원(민주)을 거론하며 그의 선구적 역할을 칭송하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파킨슨병 때문에 지난해 정계를 은퇴한 에번스 전 의원은 현재 고향인 일리노이주에서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결의안 상정 이후 찬성 발언만 이어지고 반대토론이 나오지 않자 임시 의장이 구두로 찬반을 물어 반대가 없음을 확인한 뒤 35분만에 결의안의 만장일치 통과를 선언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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