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란 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늘 생각해요. 진심이란 건 이해받을 수도 없고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은 가장 인간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자 세상을 훨씬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죠. 제게 있어 소설은 바로 거짓말입니다.”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자인 정한아(25)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밝힌 문학관이다. 수상작 <달의 바다> 는 바로 그 ‘아름다운 거짓말’에 관한 장편소설이다. 달의>
혼외로 낳은 아이를 친정에 버리듯 맡기고 훌쩍 미국으로 떠난 고모는 할머니에게만 몰래 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가 됐노라며 편지를 보내온다. 원형 탈모증에 걸린 취업 재수생 ‘나’는 할머니의 은밀한 부탁을 받고 고모를 만나러 미국으로 간다. 소설은 고모가 쓴 일곱 통의 편지와 ‘나’가 목격한 고모의 비루한 현실을 교차 편집한다.
31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정씨는 자신의 첫 장편이자 수상작을 “한 호흡에 쓴다는 생각으로 보름 만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자이기도 한 그는 “단편을 쓸 땐 작업 내내 신경에 날이 서는데 반해, 장편은 어깨춤이 절로 나올 만큼 글이 술술 풀렸다”고. “서울 집을 떠나 대전의 시골 마을에서 집필했는데, 작업실 밖에 나와 춤출 때마다 촌로들이 경운기를 멈추고 빤히 쳐다봤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는 후문이다.
작품 속 ‘나’의 가족처럼 정씨는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대가족의 장녀다. 고모, 할머니 등 등장 인물의 성격과 이미지도 실제 가족 구성원의 그것과 많이 겹친다고 정씨는 설명한다. ‘나’의 미국 여행 동행자로 등장하는, 성전환 수술을 원하는 남자 친구 ‘민이’도 여성적 성향이 다분한 친구를 모델로 삼았다.
이것이 꼭 경험이 일천하기 마련인 젊은 작가의 손쉬운 선택인 것 같지는 않다. 정씨가 가장 본받고 싶은 작가로 폴 오스터를 꼽으면서 “읽고 있으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좋다”는 이유를 드는 걸 보면 말이다.
심사위원들은 “구조가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평론가 김화영), “생에 대한 냉정한 통찰이 느껴진다”(소설가 이혜경)는 호평과 함께, 특히 편지글 부분에서 보여준 문장의 밀도와 긴장감을 한목소리로 칭찬했다. 우주비행사로서의 경험을 실감나게 묘사한 편지글은 정씨가 우주, 달 탈험 등 관련 전문서 여러 권을 탐독하며 일궈낸 결실이다.
혼자서 글 공부를 하다가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이후부터 소설가 구효서씨를 사사하고 있다.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김애현씨도 한때 동학이었다.
대산대학문학상 상금 500만원에 이어 이번 수상으로 받은 2,000만원도 모두 할아버지를 드렸다는 정씨는 “작년 겨울 동문(건국대) 모임에서 만난 김홍신 선배에게 등단 작가라고 소개했더니 한숨을 푹 쉬며 가여워 하더라”며 웃었다. 물론 이 당찬 스물다섯살 소설가에게 ‘거짓말’의 즐거움은 창작의 고행에 비할 바가 아닐 듯싶다. 그의 다음 작품은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서 만날 수 있다. 창작과비평>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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