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28)에게 2007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해이다. 1997년 여성 아이돌 그룹 S.E.S로 가요계에 데뷔한 지 만 10년을 맞은 해이고 동시에 본격적인 뮤지컬 배우 생활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10년이라는 세월은 강산을 변하게 한다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을 바꾼다. 이 시간은 직업인에게 ‘베테랑’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기도 한다. 얼마 전 디지털 싱글 <퀸> 을 내고 9월에 공연할 뮤지컬 준비에 여념이 없는 바다는 어느새 성숙한 연예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길 만큼 자라 있었다. 퀸>
“들어보세요. 그동안의 음반이 안개에 가려 있듯 정체가 불투명했던 것과 달리 흥겨우면서 복고적인 음색이 풍부하게 담겨있으면서 간간이 70년대를 연상시키는 음향이 뚜렷하게 귀에 잡힙니다.
굳이 내 음악이 이렇다고 설명할 필요 없이 투명하게 모습이 설명됩니다.” 이번 싱글 앨범은 바다가 S.E.S를 떠난 후 2003년부터 보여줬던 듣기 흥겨운 ‘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콘셉트를 확실히 드러내 팬들이 음악을 이해하기 쉽다는 평을 듣는다. 딱 적당하게 몸을 들썩여 주는 스네어 드럼의 리듬이 시원한 여름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바다의 음악은 따라 부르기가 어렵다. 그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요구한다. 덕분에 좀 쉬운 발라드에 주력해달라는 요구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쇠락한 국내 음반시장에서 그나마 판매량을 유지하는 게 발라드 음악인만큼 어찌 보면 솔깃한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그는 단호하다. “오랜 시간 가수생활을 하면서도 초반의 젊은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발라드 위주의 음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후 발라드 음악도 집중적으로 매달릴 계획이긴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몸 안에서 음악이 무르익으면 그때 발라드에 어울리는 목소리도 나오고 감정도 더욱 살아나지 않을까요. 그때를 위해 이미 마련해 놓은 발라드곡들도 있답니다. 사랑도 그렇잖아요. 사랑이 뭔지 알려면 시간이 필요하듯이 말이에요.”
그는 9월에 시작할 모노 뮤지컬‘텔 미 온 어 선데이’(Tell me on a Sunday)를 위해 복더위 속에서 연습에 매진 중이다. 바다는 이 뮤지컬에서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출연, 홀로 보컬과 대사를 전부 감당하게 된다.
가수로서 만족할 만큼 성장한 10년을 마감하고 연기자와 뮤지컬 배우로 한층 도약하려는 야심찬 계획의 첫 걸음이다. “왜 다른 여자 가수들처럼 연기에 도전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원래 제가 연기를 전공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연기욕심도 많아요. 지금까지는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섭외가 들어와도 마다했지만 이제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가수는 5분 내에 모든 감정을 노래에 털어 넣어야 하지만 뮤지컬이나 연기는 긴 호흡이 가능해 좋은 점이 많아요.”
결성 10년을 맞아 예전 S.E.S 멤버들과 공동으로 앨범을 내거나 공연을 준비하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많다. “유진과 슈는 예전처럼 단짝 친구들이에요. 늦은 밤 모여 비디오를 보면서 수다를 떠는 사이입니다. 이들과 함께 기념할 수 있는 공연이나 음반에 대해 구상은 하고 있지만 현실화 할 지는 아직 의문이에요. 팬들이 재결성 여부를 물으시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노래하며 늙어가는 마돈나와 같은 아티스트를 꿈꾸는 바다에게 변함없이 팬들이 끌리는 ‘경쟁력’은 뭘까. 10년 동안 변하지 않는 그의 에너지가 정답이다. 이유는 그의 눈을 보면 안다.
글=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사진=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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