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참패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최대 난관은 테러대책 특별조치법(테러특조법)의 재연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위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양에서 연료보급활동을 하고 있다. 테러특조법은 이 같은 자위대활동의 근거가 되는 법으로, 11월11일 만료된다. 이 때문에 여당은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을 가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의원 선거 패배로 상황이 급변했다.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제1당이 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그동안 이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안이 11월11일 이내 가결되지 않으면 자위대의 활동 중지가 불가피해지고 미국과의 관계에 틈이 생길 것은 뻔하다.
선거승리의 주역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31일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들이 주장해 온 그대로”라며 “반대해 왔는데 찬성해야 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임시국회에서 주도권을 잡아 중의원 해산, 총선거를 이끌어낸 뒤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국민이 아베를 노라고 말했는데도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베 정권 흔들기를 강화하는 등 총선거를 쟁취하기 위해 집요하게 움직이고 있다.
참의원에서 부결되더라도 중의원에서 3분의 2이상 재가결하면 법안이 가결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테러특조법 개정안이 반드시 폐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벌어질 정국 혼란이 아베 총리의 정권 유지 방침에 대한 비판을 촉발해 정국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미국 정부는 일본 정국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안보 정책에 호감을 표시해 온 미국은 참의원 선거의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발발과 함께 제정된 테러특조법은 2005년과 2006년 각각 1년씩 연장됐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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