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배성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29)씨의 피살이 확인된 3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피랍자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모인 피랍자 가족들은 엄청난 충격과 공포감에 몸을 떨었다. 특히 심씨가 일본 NHK와 인터뷰한 내용이 보도된 직후 심씨의 피살 소식이 알려져 충격의 강도가 더했다.
가족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사무실 안에 머물며 우리 정부와 아프가니스탄 정부, 탈레반 간 협상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더 이상 추가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를 기원했다.
피랍자 가족들은 아들을 잃은 심씨 부모를 위로하며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피랍자 가족 대표인 차성민(31) 위원장은 "무고한 희생자가 또 생긴데 대해 피랍자 가족들 모두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며 "정부와 아프간 정부가 피랍자의 무사귀환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알자지라 방송이 공개한 피랍자 동영상을 통해 피랍자들의 모습을 확인한 가족들도 아직 무사하다는 반가움보다는 언제 또 다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동영상에서 동생 한지영(34)씨의 모습을 본 언니는 "동생이 억류 상태라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눈을 감았다. 이정란(33)씨의 동생 정훈씨는 "새벽에 추가 피살 소식이 전해진 후 피랍자 가족들 분위기가 너무 침통해 동영상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는 계제가 아니다"는 말로 가족들 분위기를 전했다.
피랍된 제창희(38)씨의 누나 미숙(45)씨는 "동영상에서 뒷줄 맨 오른쪽에 보이는 베이지색 바지와 긴팔 셔츠는 창희가 입던 옷"이라며 "얼굴 화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동생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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