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단체가 한국인 인질 22명의 석방협상 시한을 이틀 더 연장했다고 아프가니스탄 관리가 30일 밝혔다.
한국인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지역인 가즈니주(州)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이날 “무장세력이 탈레반 재소자 석방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협상시한을 이틀 연장하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0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현지시간 오후 4시)이었던 협상시한은 8월1일 오후로 늘어나 아프간 정부와 무장단체간 협상이 계속될 전망된다. 시한 연장합의는 노무현 대통령 특사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2, 3일 더 수도 카불에 체류하며 사태해결 방안을 협의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아프간 정부가 인질석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십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프간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백 특사는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전날 면담에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유연한 대응을 요청했으나, 확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만남은 한번으로 충분치 않다”며 추가 접촉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협상시한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제14차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피랍자들의 안전과 조속한 석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아프간에 있는 백종천 특사가 더 머물며 활동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탈레반 무장단체는 이날 당초 시한을 넘기자 AFP에 전화를 걸어 “탈레반 지도위원회가 협상시한과 인질의 운명에 대해 재평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AP통신에게 “시한까지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하지 않는다면 인질을 살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알자지라는 아프간 보안군이 인질 억류지역으로 집결 중이라고 보도해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날 협상에서 아프간 정부측은 “여성인질의 우선 석방 후 인질-탈레반 수감자 교환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무장단체는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의 8대8 맞교환을 계속 주장하며 거부해 교섭이 난항을 겪었다. 아마디는 여성인질 우선 석방요구에 대해 “서방군대가 아프간 여성을 구금하고 있으며 탈레반도 남녀 인질을 가리지 않고 살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한편 탈레반에 피살된 고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이날 오후 카불과 두바이를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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