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로 예정된 범여권 대통합신당 창당 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파 간 지분 싸움과 ‘구시대 정치인’의 전면 포진에 대해 시민사회진영과 초재선ㆍ소장파 의원들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진영은 30일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6인의 2선 후퇴’를 공식 거론했다. 이날 오후 창준위 내 시민사회 측 중앙위원들의 긴급회동 자리에서였다. 창당 과정이 정파 간 지분 싸움에 매몰되고, 이 와중에 퇴물 정치인들이 신당의 핵심요직을 차지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 창준위 핵심 관계자는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과 정균환 전 민주당 의원, 김한길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등 정치권 몫의 창준위원장들이 각각 뇌물 수수자, 탄핵 주역,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정치인으로 투영되면서 신당의 창당 명분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진영의 목표는 중앙당 창당 이후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정치인들이 당의 공식 직책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긴급회동에선 당장 사퇴를 요구하자는 강경론도 있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창당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다. 오충일 목사 등 시민사회진영 공동 창준위원장 3인은 이미 2선 후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내부의 반발도 서서히 조직화하고 있다. 범여권 내 일부 초ㆍ재선 및 386세대 의원들이 중심이다. 이들은 최근 수차례 회동을 갖고 창준위의 인적 구성과 정파 간 지분 문제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문희상 전 우리당 의장 등 일부 중진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핵심 타깃은 정치권 몫의 창준위원장단이다. 한 386의원은 “일부 정치인들의 욕심이 민주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과 대선 승리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금 이 모습으로 어떻게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진영과 정치권 일각에선 신당의 새 간판으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근태 전 우리당 의장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시민사회진영 핵심인사는 “자기를 희생하는 자세, 국민적 명망, 개혁성 등을 고루 갖춘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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