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2명을 납치ㆍ구금하고 있는 무장단체가 협상시한을 이틀 더 연장한 것은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아프간 정부 설득에 나서고 있는 한국 정부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향후 협상추이가 주목된다.
27일 현지에 파견된 백종천 대통령 특사는 앞으로 2, 3일 더 현지에 머무르며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재차 면담을 시도하는 등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수용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으로, 이번에 무언가 결정을 내라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탈레반이 공교롭게도 백 특사의 추가 체류시간과 비슷한 이틀간 시한을 연장한 것은 이 같은 우리측 움직임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런 시각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백 특사의 29일 카르자이 대통령 면담은 즉각적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백 특사의 귀국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은 아프간 정부로부터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대해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고 수준의 수단”으로 기대를 걸었던 백 특사 카드가 즉효를 거두지 못하자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 면담 후에도) 상황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탈레반 포로 석방 제안을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데는 “테러집단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부정적 시각에도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남은 이틀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미 행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임으로써 백 특사의 현지 활동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 특사가 카르자이 대통령과 2차 면담을 가질 경우 어떤 추가 제안을 내놓지도 관심사다.
가즈니 주 당국은 무장단체 측에 한국 정부가 탈레반 포로 석방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에 나서고 있는 만큼 백 특사의 현지 활동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점을 탈레반측에 강조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래서 이날 당초 시한이 지나자 “한국인 인질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던 탈레반이 다시 시한을 연장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백 특사의 이틀간 현지 활동 결과 및 한미 공조의 성사여부가 한국인 피랍자 22명의 운명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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