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판타지는 영화만의 매력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상상의 세계에 빠지다 보면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한가”라는 호기심이 솟는다. 영화 속에 숨은 과학의 비밀을 캐보자.
◆ 박자를 맞춰 배를 뒤집어라
개봉한 지는 오래 됐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3> 의 배 뒤집는 장면은 흥미로운 논쟁거리였다. 해적들은 블랙펄호의 좌우 흔들림에 맞춰 열심히 뛰어다닌 끝에 결국 배를 뒤집는다. 캐리비안의>
대우중공업 연구소의 유병용씨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칼럼을 통해 “배의 움직임과 사람의 움직임이 박자를 맞춰 공진(共振)해야 배를 뒤집을 수 있는데, 영화처럼 해적들이 위로 솟은 쪽에 서 있으면 오히려 안 뒤집어진다”고 지적했고, 인터넷상에서는 “기운 쪽에 서 있어도 공진은 안 일어난다”며 격론이 벌어졌다.
엄밀하게는 이렇다. 배가 기울면 부력에 의해 반대방향으로 복원하는 힘이 작용한다. 배를 더 크게 흔들려면 배에 작용하는 힘과 정확히 박자를 맞춰 움직여야 한다.
유씨는 “배가 이미 기울어져 있는 순간이 아니라 기울기 시작할 때, 해적들이 기우는 방향으로 달려가야 공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스파이더맨도 아닌 해적들이 위로 솟은 배면을 뛰쳐 오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사실 현대에는 전복을 막기 위한 여러 장치가 있어 일부러 뒤집기가 무척 어렵다. 배 안에는 U자형 안티롤링 탱크가 있어 기울어진 반대 쪽으로 물을 이동시켜 무게 중심을 잡고, 배 옆에는 지느러미 같은 판(빌지킬)이 튀어나와 있어 수면에 닿으면 저항을 받도록 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