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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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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야간비행

입력
2007.07.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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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범우사"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살게 하는 이유가 된다"

1944년 7월 31일, 2차대전 중 프랑스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던 소설가 생텍쥐페리가 코르시카 섬을 이륙해 정찰비행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44세였다.

1998년 한 어부가 마르세유 동남쪽 지중해에서 생텍쥐페리의 이름이 새겨진 은팔찌를 건져올린 뒤, 그의 탄생 100주년이던 2000년에는 이 해역에서 정찰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잠수부에 의해 발견되고, 2004년에는 프랑스 탐사단이 그 정찰기와 제조번호가 동일한 비행기 잔해를 발견했다는 외신이 있었지만, 생텍쥐페리의 실종 경위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생텍쥐페리의 실종은 그의 1931년 작 <야간비행> 의 이야기와 너무도 닮아있다. 그의 첫 장편인 <남방우편기> (1929)와 <야간비행> 은 스물여섯 살 때부터 우편비행 일에 종사하면서 유럽과 남미를 하늘로 오갔던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당시만 해도 비행이란 추락과 실종의 위험이 상존하던 때였다.

폭풍우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항로를 이탈해버린 비행기, 지상과의 연락은 끊어지고 연료는 바닥나가고 오직 구름 사이로 스치는 불빛 한 점을 희망으로 기수를 돌리지만, 그 불빛은 멀리 떠 있는 별빛이다.

하지만 생텍쥐페리는 그런 역경에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다만 행동한다. 그의 문학은 행동하는 인간이 극한상황과 맞닥뜨렸을 때의 명상의 기록이자, 창공에서 <인간의 대지> (1939)를 내려다본 정신의 행로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실종 한 해 전에 쓴 <어린 왕자> 의 저 구절은 그 명상의 우물에서 길어올린 것이다. <야간비행> 을 진정한 행동의 문학으로 격찬하며 서문을 쓴 앙드레 지드는 이를 "인간의 긴장된 의지력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자기 초월의 경지"라고 요약하고 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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