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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산업 붐… 엔지니어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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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산업 붐… 엔지니어 쟁탈전

입력
2007.07.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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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국내 굴지의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옥포조선소 인근의 거제대학을 인수했다. 조선업체라고 교육사업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일반인이 들으면 고개를 기우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회사가 대학 인수를 절실히 원했던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전문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내 조선업계는 수년 전부터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전문 엔지니어 부족 현상이 심화해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사례2. 현대제철은 2010년 완공 예정인 당진 일관제철소 1기 가동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이 회사는 자본이 부족한 것도, 기술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전신이 인천제철로, 현대ㆍ기아차그룹 계열이 아니던가. 이유는 당진 제철소 가동에 필요한 500여명의 전문 엔지니어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부랴부랴 인근 대학들에 철강학과 설치를 요구, 전문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선, 철강, 에너지 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壯大)' 산업들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맞으면서 전문 엔지니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엔지니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인력 스카우트 쟁탈전도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전문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한 업종은 조선업계. 조선소들이 밀집한 경남 지역의 경우 2011년까지 신규 조선인력 3만여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실제 공급 인력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조선업체들이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전문인력 양성에 지혜를 모으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STX조선은 최근 경남 창원대에 조선공학과를 개설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교육인적자원부에 전달했다.

취업난이 심각한 지역 대학 입장에선 호재를 만난 셈이다. 경남대는 발 빠르게 올해 상반기 조선해양IT공학과를 설립,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서 4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창원대도 최근 교육부에 메카트로닉스공학부 내에 조선공학 전공을 신설해 줄 것을 신청했다. 학부 정원을 20여명 늘려 조선산업을 선도할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당장 숙련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와 동국제강 당진 후판 공장이 완공되는 2009년께부터 전문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010, 11년 완공 예정인 당진 일관제철소 1ㆍ2기에 필요한 엔지니어 인력 500여명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인근 대학들과 산학협동을 통해 전문인력을 육성키로 하고 신성대학 제철산업과, 동양공전 기계과와 전기시스템과, 인하공전 금속재료과ㆍ기계과 등 5개 학과에 제철공학 개론과 현장실습 등의 교과를 개설했다. 당진 제철소 완공과 동시에 바로 현장 실무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7,600억원을 투자하는 당진 후판 공장이 완공될 2009년 초 300여명의 전문 엔지니어가 부족할 것으로 보고 국내ㆍ외 대학에서 철강 전문인력 채용에 나서기로 했다.

포스코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자체 운영하는 포항공대와 포항제철공고에서 인력을 충원 받고 있어 다른 업체보다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애써 키워 놓은 전문인력이 국내ㆍ외 업체로 스카우트 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더욱이 국내 대학의 자원개발 관련 학과는 외환위기 이전 14곳에서 현재 5곳으로 줄어들어 인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석유가스와 광물자원개발 전문인력은 248명과 292명으로 추산된다. 정부 목표대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면 석유가스 부문만 2008년 985명, 2013년 2,020명, 2016년에 2,495명이 필요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문 엔지니어 확보가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전문인력 수급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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