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단체에 납치된 한국인 22명 가운데 심성민(29) 김지나(32ㆍ여) 이지영(36ㆍ여)씨의 육성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공개된 30일 김경자(37ㆍ여ㆍ회사원)씨 가족들은 남몰래 가슴을 쳐야 했다.
전날 밤 피랍자 3명이 일본 NHK 등을 통해 “우리는 4명이 함께 있다”고 알리면서 나머지 1명으로 김씨 이름을 거명했지만 유독 김씨의 목소리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랍자 가족 대표인 차성민(31)씨에 따르면 김씨 가족들은 “왜 우리 딸만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생일이 바로 코 앞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어머니 박모(62)씨는 특히 “납치범들이 특별한 위협을 하진 않는다”는 피랍자 3명의 육성을 듣고 마음을 추스리긴 했지만 ‘내 딸이 아프기라도 한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더구나 김씨의 생일인 8월 1일이 눈앞에 닥친 터라 김씨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더하고 있다. 봉사단 출국자 명단에는 김씨의 여권번호와 함께 생년월일이 ‘1.AUG.70’이라고 적혀있다.
“아프고 헐벗은 이들을 돕겠다”며 이역만리 타국으로 떠났던 김씨는 봉사단에서 항상 맏언니 역할을 자처하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1남2녀 중 둘째 딸인 김씨는 봉사활동을 가면서도 행여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행선지를 ‘아프간’이 아닌 ‘두바이’라고 말했던 착한 딸이었다. 어머니 박씨는 “가족들을 안심시킨다며 애써 거짓말까지 했는데…. 무사히 돌아오기 만 바랄 뿐”이라며 울먹였다.
사건 이후 줄곧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노심초사한 김씨의 언니(39)는 “그 동안 잘해 주지 못한 게 뼛속 깊이 사무친다”고 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접촉을 피하고 있다. 가족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가를 내고 ‘두바이’로 봉사활동을 간다며 얼마나 좋아했는데…”라며 김씨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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